트랜스젠더(성전환자)는 태어날 때 지정된 성별과 다른 ‘성 정체성’을 갖는 이들을 포괄해 가리키는 용어다. 성 소수자로 사회적 차별과 편견, 혐오로 고통받는 건 동성애와 마찬가지지만, 동성애가 같은 성별의 사람에게 성적으로 끌리는 ‘성적 지향’의 문제라는 점에서 둘 사이엔 차이가 있다.
트랜스젠더가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건 연예인 하리수씨가 2001년 텔레비전 광고에 출연해 화제를 일으킨 게 계기가 됐다. 그는 이듬해 법원에 성별 정정 및 개명 허가를 신청해 법적으로도 여자가 됐다. 당당하게 성 정체성을 숨기지 않고 남자를 사귀고, 결혼과 이혼도 했으며, 가수 활동을 하며 음반도 냈다.
국내 트랜스젠더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는 조사된 게 없지만, 김승섭 고려대 교수 등은 미국의 선행 연구를 근거로 5만~25만명 정도로 추정한 바 있다.(<보건사회연구> 2015년 12월 35권, ‘한국 트랜스젠더 의료접근성에 대한 시론’)
많은 트랜스젠더들은 자신의 성 정체성에 따라 살기 위해 의료 조치로 성 전환을 시도한다고 한다. 2006년 9월 트랜스젠더 인권단체와 민주노동당이 공동 발표한 ‘성전환자 인권실태 조사보고서’를 보면, 조사 대상 78명 중 ‘호르몬 요법을 했거나 하고 있는 사람’이 70명, ‘외과수술을 한 사람’은 41명이었다. 자신의 성 정체성을 법적으로 인정받기 위해 가족관계부의 성별을 바꾸려고 애쓰기도 한다. 법원은 외과수술 등 몇몇 조건이 충족될 경우 법적 성 전환을 허용하고 있다.
최근 육군 부사관이 휴가 중 성전환 수술을 받고 복귀해 논란이 됐다. 이 부사관은 “여군으로 계속 군에 복무하고 싶다”고 밝혔지만, 군 당국은 ‘심신장애 3급’ 판정을 내리고 전역심사위원회에 회부했다. 그동안 동성애 문제에 군형법을 들이댔던 군이 다시 한번 성 소수자 문제에 강경한 태도를 보인 셈이다.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는 미국에서도 오바마 전 대통령이 2016년 허용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뒤집는 등 논쟁거리라고 한다. 군에서 성 소수자가 인정되는 날은 언제쯤이 될까. 박병수 논설위원
su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