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민호 ㅣ <옥천신문> 제작실장
#1. 초과보육: 영유아보육법 시행규칙 40조에 따르면 도서·벽지 등 농어촌 지역의 경우 보육교사 대 아동 비율 특례허용안을 보육정책위원회가 심의해 통과시킬 수 있다. 안타깝게도 농촌에서는 보육교사를 구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특례 허용이 된 것인데, 이 때문에 농촌의 경우 보육교사 1명당 담당해야 할 아동 수가 도시에 비해 4명(만 4살 이상의 경우)이나 더 늘어날 수 있다. 보육교사는 보육교사대로 힘들고 부모들은 보육의 질 하락 때문에 불안하지만, 어린이집은 인건비를 줄여서 좋은, 이런 ‘말도 안 되는’ 조항이 버젓이 시행 중이다.
#2. 교육경비: 지방자치단체의 교육경비 보조에 관한 규정 제3조(보조사업의 제한) 3항에는 ‘당해 연도의 일반회계 세입에 계상된 지방세와 세외수입 총액으로 당해 소속 공무원의 인건비를 충당하지 못하는 경우’ 보조금 교부를 금지했다. 쉽게 말해 지자체 수입액으로 공무원 급여를 충당하지 못하는 지자체는 교육경비 지원을 중단하라는 것. 전국 226개 기초지자체 중 71곳이 해당된다. 대부분 지역 소멸로 거론되는 곳이다. 교육 때문에 대부분 이주를 결정한다는데 군 예산으로 교육경비를 지원 못 하는 이 역설적인 조항이란 지자체 교육경비의 ‘부익부 빈익빈’을 더 가속화시킨다.
#3. 거주이전의 자유: 헌법에 보장된 자유지만,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농촌 지자체와 학교, 공공기관, 공기업에 근무하는 종사자들의 대부분이 인근 도시에서 출퇴근하는 것은 거의 뭐 당연한 것처럼 여겨진다. 광역시 인근 농촌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옥천군은 대전과 자동차로 불과 15분 내외의 거리에 있기 때문에 학교 교사와 공공기관, 공기업 종사자들에게는 서로 가려고 경쟁이 매우 치열한 지역이며, 옥천군 공무원의 3분의 1이 넘게 대전에서 살고 있다는 것은 그리 놀랍지도 않은 일이다. 위장전입을 다 가려낸다면 절반 이상이 대전에 살지도 모르는 일이다. 승진 가점은 늘 나오는 이야기지만, 위장전입하거나 월세 원룸만 얻어놓고 살아도 질끈 눈감아준다.
#4. 폐교에 대한 진실: 안타깝게도 면에 사는 학부모들도 읍에 있는 큰 학교를 보낸다. 사실 면에 사는 학부모들이 자식들을 학구에 있는 작은 학교에 보낸다면 작은 학교의 학생 수가 이렇게 급속도로 줄어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나마 ‘큰 학교’ 열망이 남아 있어 버스를 오래 타더라도 보낸다. 아니면 친척 집에 방을 얻거나 아예 읍내에 방을 얻어 부모가 출퇴근하는 식으로 읍으로 보낸다. 작은 학교는 더 작아진다. 도교육청은 작은 학교에 절대 시설 투자를 하지 않는다. 폐교가 되기만을 기다린다. 그래야 도시 신축 아파트 인근에 신설 학교를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적정학교’란 빨리 폐교를 시키려는 꼼수이다.
#5. 붕괴되는 농촌, 사라지는 마을: 서서히 무너지는 게 보인다. 머지않아 보건진료소도 통폐합될 것이고 1면 1교로 유지되던 학교도 못 버틸 것이다. 학생이 없는데 배겨나겠는가. 경찰, 소방 행정 서비스도 서서히 축소될 것이다. 시장이 이미 나가떨어진 곳에 공공서비스마저도 하나둘 떨어져 나가고 있다. 가만히 붕괴되기만을, 사라지기만을 넋 놓고 바라보고 있다. 인구를 늘리겠다는 쇼, 기업을 유치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쇼, 관광자원을 개발해 지역 소득을 늘리겠다는 쇼, 다 주민을 기만하는 쇼로 보인다. 진정성이 없다.
#6. 자영업의 몰락: 눈에 보인다. 구멍가게는 편의점으로 대체되고 자영업 식당과 카페는 폐업하기 일쑤고 그 자리에 프랜차이즈가 떡하니 서 있다. 자본이 없이 사는 시골까지 스멀스멀 기어들어 오며 남아 있는 것까지 싹 먹어치우고 있다. 그런 가운데 대전과 연결하는 광역전철 의제가 지역발전의 핵심 과제인 것인 양 이야기가 나온다. 아득하다.
그런 밑바닥에서는 작은 희망도 참 난감하다. 그래도 공론을 모아내고자 한다. 돈과 힘으로 점철된 어둠의 장막을 걷어내면 진실이 보일까. 피해의식, 허위의식의 껍데기를 벗겨내고 문제는 과연 무엇인가 성찰하며 오늘을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