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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대북제재와 대남제재 / 고명섭

등록 2020-02-11 16:59수정 2020-02-12 02:36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으로 유엔 대북제재는 2017년 최고조에 이르러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경제제재는 성을 봉쇄해 물자를 바닥나게 함으로써 성 안의 사람들이 손을 들고 나오게 하는 일종의 외교적 공성전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은 지난해 2월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영변 핵시설을 해체하는 조건으로 2016년 이후 부과된 대북제재 중 민생·민수에 관련된 제재를 풀어달라고 요구했다. 미국은 북한의 요구를 거부했다. 전쟁 중에 봉쇄를 일부라도 해제하면 싸움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고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북한은 농성전으로 대응하고 있다.

북한에 대한 경제 봉쇄를 효과적으로 달성하려면 북한과 ‘성곽’을 맞대고 있는 남한의 동참이 필수다. 남과 북은 한동안 성곽에 난 통로를 오가며 물자를 주고받았다.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이 그런 통로에 해당한다. 하지만 보수 정권이 들어선 2008년 금강산관광의 문이 닫히고 2016년에는 개성공단이 닫혔다. 그사이에 북한의 핵·미사일 기술은 고도화했고, 미국 주도의 대북 봉쇄는 한층 더 심해졌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가동을 재개하려는 노력은 미국의 대북 봉쇄 전략에 막혀 번번이 좌절했다.

대북제재의 효과는 북한에만 미치는 것이 아니다. 남한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권영길 사단법인 평화철도 이사장이 지난해 <한겨레> 인터뷰에서 “대북제재는 대남제재이기도 하다”고 했다. 정곡을 찌르는 말이다. 금강산관광 중단으로 현대아산이 입은 손실액은 2조원을 훌쩍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개성공단 폐쇄 이후 공단에 투자한 중소기업들의 손실액도 1조5000억원에 이른다. 산업의 전후방 경제효과를 생각하면 손실액은 더욱 커진다. 문재인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한 남북 철도·도로 연결 사업도 착공식만 한 채 1년이 넘도록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남북 철도가 연결되면 유럽 수출에 드는 막대한 물류비를 줄일 수 있다. 이 모든 것이 막혔으니 대북제재는 대남제재라는 말이 과장이 아니다. 10일로 개성공단이 중단된 지 꼭 4년이 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밝혔듯이 남북협력은 북-미 대화를 촉진하는 일일 뿐만 아니라, ‘대남제재’를 능동적으로 풀어가는 일이기도 하다.

고명섭 논설위원 micha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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