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인회 ㅣ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며칠 전 통계청에서 2019년 4/4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가계소득이 1년 전보다 3.6% 늘었다. 상위 20%의 고소득층 소득이 1.4% 늘어난 데 비해 하위 20% 저소득층 소득은 6.9% 늘었다. 상·하위층 소득격차를 보여주는 소득 5분위 배율도 5.47에서 5.26으로 줄었다.
이 조사결과에 대한 일부 언론의 반응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1년 전 2018년 4/4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놓고 하위 20% 빈곤층 소득이 18% 줄었다면서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맹공하던 태도라면 지금 소식은 반길 만한 것이지만 그와 딴판이다. 1년 사이 나아졌다는 사실이 마땅치 않은지 2년 전인 2017년보다 나쁘다는 점을 들어 비판한다.
이러한 비교에는 따져볼 지점들이 있다. 가계동향조사는 아주 최근의 소득실태를 보여주어 정책결정에 참고할 만하지만 한계 또한 분명하다. 분기 단위로 조사가 이루어지니 계절적 변동이 커 불안정하다. 2016년에서 2018년까지는 가계동향조사의 폐지가 결정되었다가 번복되는 혼선을 거치면서 조사 대상자 규모가 들쭉날쭉해지고 조사방식이 바뀌었다. 결국 이 3년치 자료는 일관성을 잃어 연도 간 비교하는 것이 적절치 않게 되었다.
다행히 ‘가계금융·복지조사’라는 새로운 공식 소득자료가 등장하면서 이 시기 소득실태 변화에 대해서 더욱 정확하게 알 수 있게 되었다. 소득조사에 특화한 대규모 조사여서 훨씬 믿을 만하다. 통계청이 가계금융·복지조사를 분석하여 발표한 바에 따르면, 가구 시장소득은 2011년부터 2015년까지 분배가 개선되다가 2016년부터 악화 추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정부의 노력이 이어지면서 2017년과 2018년 사이에는 가처분소득 분배가 개선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소득 5분위 배율은 2016년 6.98에서 2017년 6.96으로 큰 변화를 보이지 않다가 2018년에는 6.54로 낮아졌다. 며칠 전 가계동향조사 결과는 이렇게 2018년부터 시작된 소득분배 개선 추세가 2019년에도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사실들에는 정부의 소득격차 해소를 위한 정책을 헐뜯을 만한 증거가 없다.
가계금융·복지조사가 등장한 뒤에는 우리나라 소득불평등도가 기존에 가계동향조사에서 알려진 것보다 훨씬 나쁜 수준이라는 점도 분명해졌다. 수년 전까지 가계동향조사를 이용하여 이루어지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국제비교에서는 한국의 소득불평등이 회원국 평균 수준으로 나타났었다. 최근 가계금융·복지조사를 이용한 비교에서는 한국은 오이시디 회원국 중 매우 불평등한 나라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동향조사는 가계부를 적는 방식으로 수입과 지출을 조사하다 보니 상세한 내역을 밝히기 꺼리는 고소득층이 조사 참여를 피하였다. 조사결과에 고소득층의 소득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게 되니 소득불평등도가 낮게 나타났다.
우리나라 소득격차는 현재 국제적 기준에서 심각한 상태일 뿐만 아니라 이후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 낙관하기도 어렵다. 임금불평등이나 성별 임금격차 등 노동시장의 불평등은 지난 10년간 꾸준히 개선되었지만, 최근에는 시장소득 격차가 벌어질 조짐을 보인다. 고령화가 빨라지고 1인가구가 증가하면서 가족 사이의 부양 기능이 약화되고 있다. 자산소득이 최상위층으로 집중되는 추세도 강화된다. 이런 상황에서 2019년에 소득격차가 줄어든 것은 기초연금 인상, 근로장려세제 확대, 공공일자리 확충 등 정부의 정책이 만들어낸 반가운 소식이다. 문제는 거세게 불어닥치는 시장의 역풍을 이겨낼 만한 태세를 갖추고 있느냐에 있다. 정부의 분발이 한층 더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