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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수염도 수상한 시절 / 박병수

등록 2020-03-01 16:37수정 2020-03-02 02:38

수염은 사춘기 이후 남성호르몬에 의해 나오는 2차 성징이다. 그러나 수염에 별다른 생물학적 기능은 없다. 얼굴에 수염이 없다고 특별히 그것 때문에 불편을 겪진 않는다.

역사적으로 덥수룩한 수염이 주목받던 시기가 있었던 반면, 수염을 매끈하게 민 얼굴이 유행하던 시기도 있었다. 고대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에선 수염이 남자다움과 권위를 상징하는 수단으로 여겨져 정성스럽게 다듬곤 했다. 고대 그리스에서도 덥수룩한 수염이 선호됐지만, 알렉산더 대왕은 “전투에 불리하다”는 이유로 면도를 명령했다. 17~18세기 유럽에선 수염이 시대에 뒤떨어진 유행이 되면서 대신 가발이 널리 사용됐다. 당시 러시아의 계몽 군주 표트르 대제는 수염 기르는 것에 세금을 부과했다.

현대에 들어와선 이슬람 등 몇몇 문화권을 빼곤 대부분 수염을 면도로 밀어버리는 남성이 많다. 우리나라도 과거엔 수염을 길렀으나 근대 이후엔 말끔히 면도한 얼굴이 대세가 됐다. 그러나 여전히 여러 분야에서 멋진 수염을 길러 눈길을 끄는 이들도 많다.

역사 속엔 수염을 둘러싼 에피소드도 있다. 고려 무신정권을 연 정중부는 자신의 수염을 불태운 젊은 문신 김돈중을 두들겨 팼다가 처벌됐는데, 이때 품은 앙심이 훗날 쿠데타의 불쏘시개 구실을 했다고 한다. 미국의 링컨 대통령은 덥수룩한 구레나룻으로 유명하지만, 원래 수염을 기르지 않았으나 1860년 10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갸름한 얼굴에 수염을 기르면 인상이 부드러워져 득표에 도움이 될 것”이란 조언을 듣고 길렀다고 한다.

이제 코로나19의 유행과 함께 수염은 자칫 건강을 위태롭게 할 천덕꾸러기가 될 처지가 됐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며칠 전 “몇몇 수염이 마스크와 인공호흡기가 얼굴에 밀착하는 것을 방해해 코로나19에 감염될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수염을 모양에 따라 36개 유형으로 나눈 뒤 이 중 덥수룩한 구레나룻 등 18개 유형은 마스크와 얼굴이 닿는 곳에 수염이 나 있어서 밀착이 잘 안돼 차단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바야흐로 수염도 수상한 시절이다. 박병수 논설위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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