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학자 리처드 할러웨이는 저서 <세계 종교의 역사>에서 “대부분의 종교는 이단에서 출발했다”는 도발적 주장을 편다. 종교는 새로 등장할 때마다 기존 종교와 큰 갈등을 겪었다. 성경은 ‘하나님의 아들’을 자칭한 예수에 대한 유대교의 반발을 잘 보여준다. “대제사장이 자기 옷을 찢으며 ‘그가 신성모독 하는 말을 하였다’고 외쳤다.”(마태복음 26장) 유대인들은 예수를 로마에 넘겨 십자가형에 처했다.
새 종교가 등장할 때마다 순교자가 나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예수의 12사도는 대부분 순교했다. 신라의 불교 도입도 이차돈의 순교를 통해 이뤄졌다. “이차돈의 목을 베자 흰 피가 솟구쳤다.”(삼국사기·삼국유사) 귀족들은 기이한 광경을 본 뒤 더는 반대하지 않았다.
한국 천주교는 이승훈이 1784년 첫 세례를 받은 뒤 100년간 수천명이 순교했다. 충효를 중시하던 조선은 조상의 제사를 우상숭배라며 거부하는 것에 격분했다. “조상의 신을 소귀신과 뱀귀신에다 빙자하며 제사를 폐지하고 … 심지어 조상의 신주를 불태우기까지 합니다.”(정조실록, 15년 10월23일)
새로운 종교의 출현은 사회적 환경과 연관성이 깊다. 사람들의 불안과 고통이 극심한데 기존 체제나 종교가 해결해주지 못할 때 호응이 크다. 예수는 로마 지배기에 등장했다. 부처가 등장한 기원전 6세기는 인도인이 천년 이상 계속된 전쟁으로 고통받던 시기다.
새로운 종교의 일부는 초기의 박해를 견디고 대중적으로 확산했다. 하지만 대다수는 소멸하거나 이단으로 치부됐다. 신도가 100만명에 이르는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초기에는 이단으로 불렸다. 통일교는 전세계 많은 신도가 있지만, 개신교가 1979년 이단으로 선언했다.
신천지는 이만희 교주가 1980년대 초 만들었다. 기독교와 다른 ‘현세 구원론’을 앞세워 신도가 30만명에 이르지만, 이단으로 불린다. 코로나19 집단감염의 원흉으로 지탄받자, 교주가 국민에게 큰절까지 했다. 강제해산을 요구하는 국민청원이 125만명을 넘었다. 과거 교주가 보증한 14만4천명만이 구원받는다는 심판의 날이 빗나가 어려움을 겪었는데, 이번에 더 큰 위기를 맞았다.
곽정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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