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의 흔적을 온몸에 새긴 저 문짝은 집과 함께 생을 마치지 못하고 텃밭으로 나와 다시 울타리가 되었다. 아직 풀 한 포기 싹 틔우지 않았건만 내 땅, 내 것을 표시하고 지키고자 하는 마음은 사람의 오래된 본능이리라. 그러나 당장은 어찌할 수 없는 바이러스 앞에서 사람들이 마음의 빗장을 풀고 움켜쥔 주먹을 풀었다. ‘나는 괜찮아요, 당신 먼저’라는 그 한마디, 이 땅의 봄을 재촉할 마법 같은 주문. 그 마음 싹틔워 다시 푸르러질 내일을 그려본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