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오나 비가 오나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계단 옆 의자를 지키는 책 읽는 사람의 좌상. 그 손에 들려 있는 책을 들여다보니 펼쳐진 장에는 정지용의 시 ‘별’이 쓰여 있다. 어찌 가을만 독서의 계절이라 할 수 있으랴. 코로나19가 만든 자발적 고립은 새봄도 책 읽기 좋은 계절로 만드는 듯하다. 손끝에 잡히는 책 한 권, 묵은 먼지를 떨어내는 대청소-무엇으로든 오늘 빈칸을 뜻깊게 채울 수 있기를. 이 또한 다시 오지 않을 2020년의 봄날 아닌가.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