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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정치의 시간 / 손원제

등록 2020-06-10 15:58수정 2020-06-11 02:08

모처럼 흥미로운 정치의 시간을 맞고 있다. 정치권이 민생 정책을 놓고 뜨겁게 경쟁하는, 당연한데 신기한 장면과 마주하고 있는 것이다.

출발점은 문재인 정부의 재난지원금 지급으로 올라간다. 정부·여당이 국민 70%에게 재난지원금을 주기로 하자, 처음엔 ‘매표 행위’라며 반대하던 보수야당 대표가 돌연 ‘전 국민에게 1인당 50만원씩 주자’고 돌아섰다. 황교안 당시 미래통합당 대표가 ‘묻고 더블로 가’를 외친 데는 “더 좋은 대안을 내놓는 게 바람직하다”고 한 김종인 당시 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의 조언이 한몫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정부·여당과 야당의 경쟁 끝에 온 국민이 국가 지원금을 받는 경이로운 광경이 펼쳐졌다. 시름만 깊어가던 동네 정육점이며 시장 어물전에 약간이나마 훈기가 돌기 시작했다. 선거를 앞두고 벌어진 포퓰리즘 경쟁이라는 비난 따윈 힘겹게 고비를 넘기고 있는 자영업자들에겐 시답잖은 소음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정치의 재발견을 가능케 한 또 하나의 사례는 현재진행형이다. 이번에는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명함을 바꾼 김종인 위원장이 불을 댕겼다. 통합당 혁신을 강조해온 김 위원장은 지난 3일 보수가 핵심 가치로 내세워온 자유에 대해 “말로만 하는 형식적인 자유는 인간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물질적 자유를 어떻게 극대화해야 하는지가 정치의 기본 목표”라고 정의를 내렸다. 구체적 의미를 묻는 기자들에게 이런 비유를 들었다. “배고픈 사람이 빵집을 지나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빵을 굽는 걸 보고 먹고 싶은데, 돈이 없으면 먹을 수가 없다. 그렇다면 그 사람에게 무슨 자유가 있겠나.” 기본소득을 포함해 물질적 자유를 보장하고 늘려주는 것이 정치의 요체라는 설명이다.

대중적으론 낯선 개념인 기본소득이 한국 정치의 주요 쟁점으로 등장하는 순간이었다. 김 위원장보다 먼저 기본소득 도입을 주장했던 이재명 경기도지사,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 1위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논의 환영” 뜻을 밝혔다. 뒤이어 박원순 서울시장은 “전 국민 기본소득보다 훨씬 더 정의로운 전 국민 고용보험제가 전면적으로 실시돼야 한다”고 응수했다. 한국 정치가 정쟁의 시기를 마감하고 ‘민생 정치’의 본령으로 훌쩍 올라타길 기대해 본다.

손원제 논설위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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