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한욱 l 한국교원대 명예교수
1863년 1월1일 링컨 대통령이 선포하였던 노예해방령이 완성된 것은 근 2년 하고도 두 계절이 더 지난 1865년 6월19일이었다. 그날 북군의 고든 그레인저 장군이 텍사스의 남쪽에 있는 갤베스턴에 도착하여 텍사스주의 모든 노예는 자유롭다고 선언하였던 것이다. 미국의 영토가 그만큼 방대하기도 하지만 텍사스가 남군의 마지막 보루였기 때문에 그렇게 지체되었던 것이다. 이후 그날은 ‘준틴스’라고 불린다. 영어의 6월19일을 축약하여 결합한 신조어로서 ‘자유의 날’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1921년 5월 말일부터 이틀 동안 미국 오클라호마주의 털사에서는 인종주의에 바탕을 둔 학살과 파괴가 일어났다. 흑인 청년 하나가 백인 여성을 놀렸다는 이유로 체포된 일이 발단이 되었던 흑백 사이의 갈등이 최악의 폭력 사태로 귀결되었던 것이다. 공식적으로는 36명이 사망하였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최소한 그보다 다섯배가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게다가 백인들은 비행기까지 동원하여 흑인들의 거주지를 초토로 만들었다. 당시 흑인의 ‘월스트리트’로 불릴 정도로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흑인들의 거주지 35개 블록이 사라진 것이다. 많은 자들이 고향을 떠났고, 흑인이건 백인이건 남아 있던 자들은 이 사건을 결코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로 그 6월19일, 바로 그 털사에서 자신의 지지자들의 집회를 갖는다고 선언했었다.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미숙한 대응과 이후의 실직 사태는 물론 경찰의 폭력으로 촉발된 시위로 지지율이 현저하게 떨어지고 11월로 다가온 대선의 결과를 장담할 수 없게 되자 노골적으로 인종주의를 선거 정책으로 들고나온 것이다. 주로 백인 우월주의자들로 이루어진 자신의 지지자들을 그날 그 장소로 불러 모은다는 발상은 천박함을 넘어 위험하기 그지없다. 갈등을 조정하고 봉합해야 할 지도자가 갈등을 조장하고 이용하려고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