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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민주당 전당대회 ‘이낙연 대세론’은 맞을까요

등록 2020-07-03 18:27수정 2020-07-04 02:31

[토요판] 다음주의 질문
지난 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정책 의원총회에서 이낙연 의원이 생각에 잠겨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지난 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정책 의원총회에서 이낙연 의원이 생각에 잠겨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더불어민주당의 최고 대의기관은 전국대의원대회(전당대회)다. 2년마다 정기 대회를 한다. 올해 8월29일 4차 대회를 열어 새 지도부를 선출한다.

더불어민주당의 뿌리는 1955년 창당한 민주당이다. 이승만 정권의 사사오입 개헌에 반대하는 정치 세력이 뭉쳤다. 곽상훈 신익희 조병옥 장면 등이 초기 대표였다. 민주당은 오랫동안 대한민국에서 제대로 된 유일한 정당이었다. 이승만의 자유당, 박정희의 공화당, 전두환의 민정당은 독재의 도구였다. 민주당은 그런 정당들과 싸워서 이겼다. 민주당 지도부가 된다는 것은 대한민국 정치에서 대통령급 정치인 반열에 오르는 것을 의미한다.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민주당 계열 정당 지도부를 지낸 것은 우연이 아니다. 세 사람은 총재나 대표를 했고 한 사람은 최고위원을 했다.

‘파란만장’ ‘다이내믹’ 대한민국에서 민주당 지도부는 결코 쉬운 직업이 아니다. 당 총재나 대표는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수시로 쫓겨났다. 당헌상 임기는 의미가 없었다. 2년 임기를 꽉 채우며 전국 선거를 승리로 이끈 추미애 대표(2016년)와 이해찬 대표(2018년)는 이례적인 경우다. 두 사람이 임기를 채울 수 있었던 것은 역설적으로 대선주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2020년 8월29일 4차 전당대회는 얘기가 다시 달라질 것 같다. 유력한 대선주자인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출마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당헌에는 대표나 최고위원이 대선에 출마하려면 대선 1년 전까지 사퇴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다음 대선일은 2022년 3월9일이다. 이낙연 전 총리는 대표가 되더라도 대선에 출마하려면 내년 3월9일까지 대표직을 사퇴해야 한다. 망설였던 이유다. 그러나 민주당 지지층 여론은 대표직을 중도 사퇴하더라도 전당대회에 출마하라는 쪽으로 확 기울었다. 민주당은 대표가 사퇴해도 최고위원은 임기를 마치도록 당헌을 고치기로 했다. 이낙연 전 총리에게 중도 사퇴 부담을 덜어준 것이다.

민주당 지도부 선출 선거인단은 대의원 45%, 권리당원 40%, 국민 10%, 일반당원 5%로 구성된다. ‘당심’이 압도적이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이 비율은 바뀌지 않는다. 8·29 전당대회를 앞두고 형성된 ‘이낙연 대세론’은 실체가 있다. 김부겸 우원식 등 경쟁자들도 이낙연 전 총리의 우세를 인정한다. 이낙연 대세론이 형성된 이유가 뭘까?

첫째, 여론조사다.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압도적 1위에 오른 사람은 뭐든지 할 수 있다. 절대반지를 낀 것이다.

둘째, 이낙연 전 총리의 ‘스펙’이다. 그는 호남 출신이다. 문재인 정부 초대 국무총리를 지내며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의 성원을 자신에 대한 지지로 끌어오는 데 성공했다. 민주당의 양대 축은 호남과 ‘문파’다.

셋째, 이번 전당대회는 ‘비대면’ 방식으로 치러진다. 현장 연설로 판세가 뒤집히는 이변이 벌어지기 어렵다.

이낙연 전 총리를 돕는 설훈 의원에게 이유를 물었다. 그는 이낙연 전 총리가 기자로 동교동을 출입할 때부터 형이라고 불렀던 사이다.

“코로나로 나라와 경제가 위기에 처했다. 이럴 때는 쉽게 가야 한다. 이낙연 이외에는 어차피 대안이 없다.”

말 그대로 대세론이다. 이낙연 총리가 그만두면 다음 전당대회에 나가느냐고 물었다. “나가지 않는다”고 잘랐다. 이낙연 대통령 만들기에 ‘올인’하겠다는 것이다. “경상도 사람들 속죄를 내가 좀 해야겠다”고 묘한 설명을 덧붙였다.

이낙연 대통령은 가능할까? 알 수 없다. 대선주자로서 이낙연 전 총리는 아직 약점이 많다. 그는 기자 출신이다. 20년 동안 정치를 했는데 기자 물이 다 안 빠졌다. 기자는 본질에서 스타일리스트다. 정리를 잘한다. 하지만 국가 경영에 대해 고민을 하는 직업이 아니다. 자기 세계를 구축하지도 않는다.

이낙연 전 총리는 2012년 대선 패배의 원인을 이렇게 분석한 일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3년 <1219 끝이 시작이다>라는 책에 인용하면서 유명해졌다.

“민주주의, 인권, 복지 같은 진보적 가치를 충분히 중시하지만, 막말이나 거친 태도, 과격하고 극단적인 접근을 싫어하는 성향을 ‘태도 보수’라고 말한다. 지난 대선에서도 민주당이 ‘태도 보수’의 유탄을 맞지는 않았을까.”

예리한 지적이다. 그러나 그게 바로 그의 한계일 수 있다. 그의 말이나 글에서는 ‘무엇을’이나 ‘어떻게’를 찾기가 쉽지 않다. 7월7일 출마 선언에서는 ‘무엇을’과 ‘어떻게’를 찾을 수 있을까?

성한용 정치부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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