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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싹쓰리’ 여름 시즌송의 귀환 / 김은형

등록 2020-08-04 14:38수정 2020-08-04 19:26

유재석, 이효리, 비가 만든 프로젝트 그룹 ‘싹쓰리’가 지난 달 내놓은 댄스곡 ‘다시 여기 바닷가’가 음원차트를 ‘싹쓸이’하면서 한동안 뜸했던 여름 시즌송이 올 여름 가요계를 달구고 있다. 래퍼 지코, 라비, 걸그룹 에이프릴 등도 밝고 경쾌한 여름 시즌송을 내놨다.

여름 시즌송은 하나의 장르는 아니지만, 휴가철의 들뜬 기분을 고양시켜주는 흥겨운 곡들을 주로 말한다. 룰라, 쿨 등 혼성 댄스그룹들이 많이 활동한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가 여름 시즌송의 전성기로 꼽힌다. 2017년 한 신용카드회사에서 회원 2만명에게 ‘여름하면 생각나는 노래’를 물었더니 쿨의 ‘해변의 여인’, 디제이 디오시의 ‘여름이야기’, 듀스의 ‘여름 안에서’ 등 90년대 댄스곡들이 1,2,3위를 차지했다.

여름 시즌송의 원조로 꼽을만한 곡은 한국의 록밴드 1세대로 꼽히는 키보이스가 1970년 발표한 ‘해변으로 가요’다. ‘별이 쏟아지는 해변으로 가요//달콤한 사랑을 속삭여줘요//불타는 그 입술 처음으로 느꼈네’ 등 60년대의 낭만을 담은 노랫말과 멜로디가 어울려 많은 이들의 기억 속 여름 노래로 자리잡았다. 본래 재일교포 음악인 이철씨가 만든 일본 그룹의 곡이었는데 키보이스가 번안해 음반에 수록하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 저작권 개념이 부족하고 일본곡이 한국에 공식적으로 수입될 수 없었던 시절이라 작사·작곡이 엉뚱한 사람들의 이름으로 옮겨다니다가 2007년에야 소송을 통해 원저작권자에게 돌아갔다. 키보이스는 같은 앨범의 ‘바닷가의 추억’이라는 노래도 히트시켜 명실상부한 ‘여름 시즌송’의 탄생을 알렸다.

70년대 후반부터 80년대까지는 해변가요제, 강변가요제 등 방송사 주최로 여름철 휴양지에서 열린 대학생들의 가요축제에서 여름 시즌송이 탄생했다. 징검다리의 ‘여름’, 이상은의 ‘담다디’, 권성연의 ‘한 여름 밤의 꿈’ 등 아마추어 대학생들의 재능과 개성을 뽐낸 가요제 수상곡들이 해마다 큰 인기를 끌면서 여름 가요시장을 주도했다.

90년대 음악계를 장악했던 여름 시즌송의 귀환은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탑골공원 인기가요’ 현상과 맞닿아있다. 대중음악계의 복고 바람을 일컫는 ‘탑골공원 인기가요’에서 가장 많이 리플레이된 게 90년대 댄스곡이기 때문이다. ‘싹쓰리’의 음악과 패션, 뮤직비디오 등도 90년대 스타일을 표방했다. 또 싹쓰리가 다시 부른 ‘여름 안에서’를 비롯해, ‘해변의 여인’ 등 90년대 인기 여름 시즌송들까지 앞다퉈 리메이크되고 있다. 하지만 여름 시즌송의 귀환이 무색하게 연일 무더위 대신 물폭탄이 터지고 있다. 쨍한 햇살의 여름도 얼른 돌아오기를 기대한다.

김은형 논설위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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