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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부동산 투기 심리의 ‘사회적 전염’ 막을 수 있을까

등록 2020-08-21 20:10수정 2020-08-22 14:44

[토요판] 다음주의 질문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3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3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흔히 자산 가격에 거품이 끼었는지는 거품이 터지기 전까지는 알기 어렵다고 한다. 대표적인 자산인 주식과 주택 모두에 해당하는 말이다. 주가나 주택값이 일단 상승세를 타게 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없이 계속 오를 것 같다는 심리 상태에 빠지고, 거품이 낀 뒤에는 반드시 터진다는 과거의 사례들을 알면서도 이번엔 다르겠지라는 기대에 들뜨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의 소득으로 감당이 되지 않을 정도의 빚까지 내가며 너도나도 투기판에 뛰어드는 것이다.

그렇다면 최근 급등한 수도권 아파트값에 거품이 끼었는지, 그리고 어느 정도 끼었는지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한계가 있지만 아파트값이 과거 추세에서 얼마나 벗어났는지, 소득이나 임대료에 견줘 얼마나 높은지를 보고 거품 여부를 판단한다.

대표적인 거품 추산 방법 중 하나로 연 소득 대비 매매가격 비율(PIR)이 쓰인다. 빚을 내 산 아파트값이 구매자들이 벌어들이는 소득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면 어느 시점엔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논리에서 나온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비율의 적정 수준을 보통 3~5배 정도로 본다. 물론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이라면 이보다 높을 수 있다. 그래도 이 비율이 10배를 넘으면 과도하게 상승했다고 판단한다. 즉, 거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케이비(KB)국민은행이 매달 이 숫자를 발표하고 있는데, 최근 이 숫자를 확인해보고 깜짝 놀랐다. 가장 최근 통계인 올해 3월 서울 지역의 소득 대비 주택 매매가격 비율이 무려 14.2배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이 통계는 가구소득과 주택가격(아파트·단독·연립 포함)을 각각 1~5분위로 나눈 뒤 중간값에 해당하는 3분위를 기준으로 계산한 것이다. 말하자면, 서울 지역 중간 정도의 소득을 올리는 가구가 14년 넘게 소득을 한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만 중간 가격의 주택을 마련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이전 고점 시기인 2008년 말 11.9배에 견줘서도 매우 높은 것이다. 이런 숫자라면 서울 강남 4구는 20배를 넘고, 강북지역도 10배를 훌쩍 넘었을 것으로 추정되며, 아파트만을 대상으로 하면 더 높아진다.

이는 최근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아파트를 대상으로 벌어진 매매가 ‘비이성적 과열’ 상태에 빠졌음을 말해준다. 특히 가격 상승 폭은 2002~2003년과 2005~2006년의 아파트값 폭등 시기보다는 덜하지만, 소득 대비로 봤을 때는 상황이 더 심각함을 보여준다. 30대 중심으로 벌어진 이른바 ‘패닉 바잉’(공황 매수) 현상이 이를 방증한다. 과거 집값 폭등 시기에는 보기 힘들었던 장면이다. 이들이 평생 벌어도 서울 지역에 거주할 주택을 더이상 마련할 기회를 갖지 못할 거라는 두려움에 ‘영끌’에 나선 것이다.

이런 현상의 원인은 이전 정부의 대대적인 부동산 규제완화, 초저금리의 장기화에 따른 풍부한 유동성, 낮은 보유세 등 복합적이지만, 근본적으로는 부동산 정책을 주거 안정보다는 거시경제 운용의 한 수단으로 활용하고, 가격이 급등할 때 임기응변식으로 대응하는 수준에 그쳤다는 데 있다. 현 정부도 2018년 9·13대책 등으로 주거정의 실현에 나섰다가 지난해 경기가 악화하자 유동성을 풀면서 부동산과 관련해서는 과열지역만 겨냥하는 ‘핀셋 정책’을 펴는 데 그쳐 결과적으로 다른 지역으로 가격이 확산되는 ‘풍선효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설익은 대책들은 아파트값을 잡기는커녕 오히려 계속 오를 수밖에 없을 거라는 기대심리에 불을 지핀 꼴이 됐다.

부동산 투기 현상을 막으려면 무엇보다도 이런 기대심리를 꺾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백약이 무효일 것이다. 정부가 뒤늦게나마 다시 ‘주거정의 실현’을 목표로 세제 강화, 공급 확대, 임차인 권리 강화 등을 망라한 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이미 부풀어 오를 대로 오른 부동산 기대심리는 아직 잡히지 않는 분위기다. 마치 바이러스처럼 ‘사회적 전염’이 된 듯한 투기 심리를 잠재우기 위해선 지금까지 내놓은 대책을 충실히 이행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촘촘하게 보완해나가고, 더 나아가 좀 더 근본적인 대책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취약계층에 유동성을 충분히 공급하면서도 부동산으로 흘러들어가는 부분을 어떻게 차단할 것인지, 신규 계약에는 적용되지 않는 전월세상한제의 한계를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 등 해결해야 할 과제들은 산적해 있다. 또한 기본적으로 경제성장을 우선순위에 둘 수밖에 없는 경제부총리가 집값 잡기 대책을 총괄하는 게 맞는지도 고민해봐야 할 지점이다.

박현 경제부 기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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