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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같거나 다르거나] 팔로어십에 대하여 / 금태섭

등록 2020-09-02 17:54수정 2020-09-03 13:51

박근혜 정부 시절, 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은 그 무엇보다도 뼈아픕니다. 제 나름대로 반대 의견을 제시하고 상대방과의 타협을 주장했지만 집단 내에서 제 설 자리는 좁아지게 되었습니다. 미움받을 용기 때문이 아니라 제가 정치하는 이유를 찾아 행동한 것이었지만 때론 심각한 회의에 빠진 적도 있었습니다. -김용태

금태섭 | 정치인

의견을 달리하는 사람과 집단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토론하고 수용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보수 정부에서 추진했던 종합편성채널 허용, 4대강 사업, 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과 관련한 김용태 전 의원님의 진솔한 고백이 마음에 와닿습니다. 진보 정부라고 해서 어떻게 오류가 없을 수 있겠습니까. 저희도 잦은 시행착오와 실수가 있었고 불필요한 집착과 고집으로 국민들의 마음에 상처를 준 기억이 있습니다. 조금 천천히 가더라도 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힘을 모았다면 오히려 더 빠르게 더 큰 성과를 이룰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많습니다.

우리 정치가 적대적 진영논리에서 벗어나 한 단계 올라서려면 저는 정치 지도자 못지않게 지지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권위주의 시절에는 사회 구성원들을 이끌어가는 리더의 일거수일투족에 모든 관심이 집중되었습니다. ‘민족의 영도자’와 같은 호칭이 남발되고 ‘나를 따르라’ 등의 구호가 판을 쳤습니다. 민주화가 진행되고 참여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점차 일반 유권자들이 자발적으로 무리를 지어 정치에 관여하고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었습니다. 때로 지나친 공격성으로 지탄을 받기도 하지만 저는 시민들의 적극적인 행동이 우리 정치를 건강하게 하고 균형을 이루게 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고 믿습니다. 다만 아무리 좋은 일도 지나치거나 방향이 잘못되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좋은 리더십과 나쁜 리더십이 있는 것처럼 지지자들도 올바른 팔로어십을 따를 때 사회 전체의 발전과 성장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김 전 의원님이나 저 같은 정치인은 때로 앞장서서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도 하지만, 때로는 정당 지휘부의 방침이나 정부의 시책에 따라가는 일도 합니다. 오늘은 이렇게 팔로어의 위치에 있을 때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가장 적절할지 얘기해보려고 합니다.

자신이 속한 조직과 구성원 전체에 가장 도움이 되려면 저는 무엇보다도 먼저 권위에 대한 두려움을 버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언뜻 생각하면 자발적으로 모인 지지자들은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에 정부나 정당 지도부의 뜻에도 크게 신경을 쓰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의외로 정치 지도자의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대통령의 권한이 강력하고 정권 교체에 많은 것이 걸려 있어서인지 청와대가 추진하는 정책과 행보에 따라야 한다는 의식이 강합니다. 스스로 그럴 뿐만 아니라 같은 진영의 정치인들에 대해서도 그런 태도를 요구합니다. 보수 정부 시절 대통령으로부터 ‘배신의 정치’란 말을 들은 국회의원이 지지자들로부터 빗발치는 비난을 받은 것은 그런 경향의 극단적인 모습입니다. 진보 쪽도 크게 다르지 않아서 대통령이 강조하는 정책에 반대하거나 청와대를 비판하는 정치인은 지지자들의 문자폭탄을 각오해야 합니다. 시민들의 참여가 정치의 영역을 넓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경직되게 만드는 부작용을 초래하는 경우가 바로 이런 때입니다.

다음으로는 강조하고 싶은 것은 공적 의식입니다. 정치적 의사표시를 하는 지지자들은 당연히 사적 모임과는 다른 성격을 갖습니다. 개인적 친분으로 만난 관계에서는 취향이나 선호에 따라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습니다. 같은 무리에 있는 사람들 사이에 의리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정치적 활동에 관여하고 영향을 미칠 때에는 공과 사를 구분하고 옳고 그른 것을 따질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 편이라도 잘못을 할 때는 날카롭게 비판을 해야 합니다. 그것이 되지 않는다면, 지지자들의 모임이 단순한 팬덤으로 전락하게 됩니다. 지켜보는 사람들에게 염증을 불러일으키고 민주주의가 성숙하는 데 오히려 방해가 될 수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문화에 대해서 얘기하고 싶습니다. 한국 정치는 역동적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반면 때로는 너무나 살벌하고 적대적입니다. 상대편이 잘할 때도 인정하는 모습을 찾기 힘듭니다. 얼마 전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광주를 찾아 무릎을 꿇고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 공식 사과를 했습니다. 진보 세력에서 오랫동안 요구한 일을 한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일각에서는 이런 모습을 평가하기는커녕 오히려 비난을 퍼부었습니다. 저는 이런 모습이 정말 안타깝습니다. 생각이 다르더라도 잘할 때는 격려를 해주어야만 한 걸음씩 나아갈 수 있습니다.

내년에는 서울시장 선거를 비롯해서 중요한 선거들이 있습니다. 후년에는 대통령 선거가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서로 다른 정당의 지지자로서 다양한 목소리를 내고 활동을 하실 겁니다. 그 에너지가 좀 더 긍정적이고 건강하게 작용하도록 우리 정치인들이 역할을 해야 합니다. 김 전 의원님께서도 크게 기여하실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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