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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뉴노멀-트렌드] 가짜뉴스의 발명 / 김용섭

등록 2020-09-06 15:29수정 2020-09-07 13:58

김용섭 ㅣ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

<거짓말의 발명>(The Invention of Lying)이라는 영화가 있다. 영화 속 사회에선 어떤 누구도 거짓말을 못한다. 안 하는 게 아니라 거짓말하는 방법을 터득하지 않은, 즉 거짓말 자체를 모르는 사람들만 사는 가상의 설정이다. 그런데 이런 사회에서 유일하게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나타나, 거짓말로 부와 명예를 얻는다. 거짓말은 자신의 이익을 위한 의도가 깔려 있는 것이다. 우리 현실은 어떨까? 거짓말하는 방법을 너무 잘 터득한 현실에서 온갖 거짓말이 난무한다. 거짓말을 통해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내곤 한다. 속물이 속물인 척 드러내면 그나마 봐줄 만한데, 속물이면서 그럴싸한 대의명분으로 포장하면 참 끔찍하다. 의사 얘기가 아니다. 목사, 검사, 정치인 얘기도 아니다. 오해 없길 바란다.

올해 바이러스 창궐만큼이나 가짜뉴스도 기승을 부린다. 가짜뉴스가 많아진다는 건 그만큼 사회적 갈등이 커졌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권위가 무너지거나 기득권을 잃는 곳이 많아졌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거짓말을 해서라도 유리한 고지를 점하겠다는 식이니까. 가짜뉴스를 만들고 퍼뜨리는 이들도 자신들에게 불리한 뉴스는 가짜뉴스로 매도한다. 가짜뉴스가 진짜뉴스를 가짜뉴스라고 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가짜뉴스라는 것 자체가 이미 공격 무기다.

새로운 정보와 지식을 얻는다는 것은 우리가 더 풍부하고 심도 깊은 이해를 하고, 자신의 생각 중 오류가 있으면 바로잡기 위해서다. 그런데 요즘은 새로운 정보와 지식을 얻으면 얻을수록 생각은 더 협소해지고 오류는 더 심화되는 이들이 많다. 가짜뉴스 때문이다. 아니다. 엄밀히 따지면 가짜뉴스 탓보다는 진짜뉴스를 받아들일 용기가 없어서다. 원래 가지고 있던 생각이나 신념을 확인하려는 경향성을 일컫는 확증편향이 가짜뉴스 소비의 이유다. 몰라서 가짜뉴스에 속아서 당하는 게 아니다. 그냥 누가 싫은데, 어떻게든 그를 더 싫어할 이유를 찾는다. 그 뉴스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따지고 싶지도 않고, 그냥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고 ‘좋고 싫음’만 따지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가짜뉴스는 잘 통한다.

엠아이티(MIT)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가짜뉴스가 진짜뉴스보다 퍼뜨려지는 속도가 6배 정도 더 빨랐고, 훨씬 광범위하게 퍼졌다. 가짜뉴스가 더 빠르고 더 광범위하게 퍼지는 건 가짜뉴스를 만들어낸 목적과도 일치한다. 더 자극적이고 솔깃하게 만들어 ‘옳고 그름’보다는 ‘좋고 싫음’에 반응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결국 가짜뉴스는 아주 기가 막히게 잘 만들어서 속는 게 아니다. 좀 솔직해지자. 옳아서 주장하는 건지, 그냥 상대가 싫어서 그러는 건지.

‘요서, 요언을 짓거나 퍼뜨려 대중을 현혹시킨 자는 모두 목을 벤다.’ 이는 명나라의 형법전 <대명률>(大明律)에서 유언비어, 요즘 말로 하면 가짜뉴스에 대한 형벌 내용이다. <대명률>은 조선에서도 통용되었고, 조선의 법전인 <경국대전>에서도 익명서를 작성하거나 소지한 자, 그 내용을 전달한 자는 강제노역이나 사형에 처했다. 프랑스나 독일, 싱가포르처럼 가짜뉴스에 대해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에 이르는 아주 높은 벌금을 부과하는 나라도 있고, 아주 강경한 법제화를 준비하는 나라도 많다. 그만큼 가짜뉴스의 폐해가 커서다. 학교 가기 싫어하던 학생도 학교 가고 싶어하고, 출근하기 싫다던 직장인도 회사 가고 싶고, 심지어 회식 싫어하던 이들마저 회식을 그리워하는 시대가 되었다. 지금 사람들이 바라는 건 아주 대단한 것이 아니라 작년 이맘때 누구나 누리던 지극히 평범한 일상이다. 그 누구도 우리의 일상을 위협할 권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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