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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뮬란 보이콧과 중국 돈의 힘 / 김은형

등록 2020-09-14 16:52수정 2020-09-15 10:17

17일 국내 개봉을 앞둔 디즈니 영화 <뮬란>을 둘러싼 논란이 식지 않고 있다. 뮬란 역을 맡은 류이페이(유역비)가 지난해 8월 홍콩 민주화 시위 때 경찰을 지지하는 발언을 해 시작된 보이콧 움직임은 최근 엔딩 크레디트 파문으로 이어졌다.

<뮬란>은 3월로 예정됐던 개봉을 코로나19로 계속해 미루다 결국 미국에서는 지난 4일 스트리밍 서비스인 ‘디즈니플러스’에서 유료로 공개했고 중국에서는 11일 극장 개봉을 했다. 그런데 엔딩 크레디트에 ‘중국 신장위구르 자치구 투르판 공안국에 감사를 표한다’는 문구를 넣은 게 도화선이 됐다. 신장위구르 자치구는 중국 정부의 인권 탄압 문제가 심각한 곳으로 지난해에는 백만명이 구금된 수용소의 존재가 알려져 국제사회의 시선이 모였다. 디즈니는 촬영지에 대한 통상적 인사말이라고 해명했지만 공분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부주의함이었다. 조슈아 웡 등 인권운동가뿐 아니라 평론가와 정치인들까지 “디즈니가 중국 자본에 중독됐다”며 비판했다. 정치적인 문제가 도마에 오르자 중국은 <뮬란>의 자국 내 보도를 금지했다.

사실 디즈니뿐 아니라 할리우드 전체가 중국 돈에 ‘중독’된 지는 한참 됐다. 2018년 중국의 영화 시장 규모는 북미를 제치고 세계 1위에 오른데다 그 전부터 막강한 자본력으로 미국 메이저 영화사들과 극장 체인을 사들였기 때문이다. 톰 크루즈의 <미션 임파서블> 3편에 상하이의 화려한 야경을 집어넣고 브래드 핏의 <월드워 제트(Z)>에서 바이러스 근원지로 중국이 지목되는 장면을 삭제할 수 있었던 건 중국 돈의 힘이었다. 디즈니가 <뮬란>을 실사화하면서 중국계 배우를 대거 캐스팅한 명분은 ‘화이트 워싱’(유색인종 캐릭터를 백인으로 바꾸는 것)의 탈피였지만 중국 시장을 겨냥한 노림수의 측면이 더 크다는 지적이 있었다. 1998년 원작 애니메이션에서 수다쟁이 용 ‘무슈’ 등 주요 캐릭터들이 빠진 이유도 중국의 입김에 의해서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었다.

이처럼 <뮬란>이 기획부터 개봉까지 풍파를 겪은 탓에 중국 시장에 대한 할리우드의 의존도가 낮아질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이미 중국 돈의 침투가 벗어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29.99달러(약 3만5000원)에 유료 공개되면서 너무 비싸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지만 첫 주말 3300만달러(약 390억원) 이상 수익을 거두며 순항 중인 걸 보면 후자 쪽 예측이 더 맞아 들어가는 듯하다.

김은형 논설위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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