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서울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을 지키는 알로사우루스입니다. 누구보다 무서운 육식공룡이지만 아이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행복한 공룡입니다. 그런데 코로나19 때문에 아이들을 마지막으로 만난 게 언제인지 까마득합니다. 박물관도 한달째 쉬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마스크도 썼습니다. 한때 먹이사슬 최고봉에 있던 제가 체면이 말이 아닙니다. 이래야 하루빨리 박물관 앞 놀이터에 아이들 웃음소리가 가득 찰 수 있다고 하니 어쩌겠습니까. 그러니 거기 지나가시는 어르신, 목에 걸린 그 마스크 얼른 써주세요.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