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석진 ㅣ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최근 발표된 한국조세재정연구원(조세연)의 ‘지역화폐의 도입이 지역경제에 미친 영향’ 보고서가 주목을 받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해당 연구를 맹비난하고 경기도의 지역화폐를 연구했던 경기연구원(경기연)이 조세연 연구의 단점을 지적하고 나서면서 논란은 증폭되었다. 경제학자 출신인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이재명 지사에 대해 성급하다고 비난하면서 정치적 공방으로 치닫고 있다.
지역화폐의 효과성과 관련하여 거론되고 있는 보고서는 크게 보면 조세연의 것과 경기연의 유영성 박사팀이 작성한 보고서다. 이 보고서들이 각 진영이 주장하는 근거자료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필자가 보고서를 읽어보니 두 보고서는 상당한 정도로 비슷한 추정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날 선 논쟁이 생산적인 정책토론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정치적 주장 말고 보고서 자체가 제시하고 있는 지역화폐의 효과성에 대한 분석 결과를 담백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몇가지 쟁점이 있다. 이 지사 쪽의 조세연 보고서에 대한 첫번째 공격포인트는 조세연의 분석은 2018년까지의 “낡은” 자료를 사용한 연구라는 것이다. 지역화폐가 대규모 발행되기 시작한 2019년을 연구에 포함시키지 못한 결과를 발표한 것은 어떤 의도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조세연 보고서는 전국 단위의 분석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가장 최신의 자료인 전국사업체조사라는 통계청 자료를 사용했는데, 이 자료의 가장 최신 자료가 2018년까지밖에 포함하고 있지 않다. 가장 최신의 자료를 사용했는데 낡은 자료를 사용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어 억울할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본격적 지역화폐 발행 이후의 효과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게 분석의 한계로 남는 것은 맞는 것 같다.
경기연의 보고서는 자체 조사를 통해 확보한 매출액과 지역화폐 사용액을 포함한 2019년 자료를 분석하고 있다는 장점이 있다. 경기연 보고서의 단점은 2019년 자료만 사용했다는 점이다. 지역화폐 공급이 늘어남에 따라 소상공인 매출이 어떻게 변하였는지를 분석하면서 지역화폐의 효과를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분석하게 되면 소상공인의 매출 변화가 지역화폐 때문인지, 아니면 지역화폐가 없더라도 변하게 되는 계절성 때문인지를 구분할 수 없다. 보통은 계절성을 분리해내기 위해 2018년에 분기별로 소상공인의 매출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살펴보거나, 지역화폐를 발행하지 않은 인근 지방자치단체와 비교하게 된다. 경기연 보고서는 2019년 경기도 소상공인 자료만을 가지고 분석하고 있어 강한 가정 없이는 진정 지역화폐로 인한 소상공인 매출 변화를 분리해낼 수 없다.
두번째 쟁점은 지역화폐의 효과성에 대한 검증이다. 지역화폐를 많이 사용하고 있는 지역의 소상공인 매출이 늘었는지 여부와 그 정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역화폐는 할인 발행되고 사용 지역과 업종에 제한이 있어, 해당 지역의 매출이 증가하는 것은 크게 놀라운 일은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효과의 크기다.
조세연 보고서는 지역화폐의 효과는 전체적으로는 작지만, 슈퍼마켓과 음식료품 위주의 종합소매업에서는 매출이 유의하게 증가하고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이 지사의 우려와는 반대로 지역화폐가 효과가 있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다만, 이렇게 증가한 매출이 대형마트에서 소비할 것을 소형마트에서 대신 소비한 것인지에 대한 여부는 차후 연구과제로 남겨두고 있다. 경기연의 보고서에서도 유사한 결과를 발견할 수 있다. 일부 모형에서는 지역화폐의 효과를 보여주고 있지만, 다른 모형에서는 지역화폐의 효과성을 발견할 수 없음을 설명하고 있다. 보도자료에는 효과가 있는 부분이 강조되어 있지만 추정 결과를 찬찬히 살펴보면 지역화폐의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음도 조심스레 설명되어 있다.
사회정책에 대한 학술연구는 한번에 결론이 나는 것이 아니다. 사용하는 자료, 모형, 그리고 해석하는 연구자에 따라 같은 결과를 두고도 차이가 날 수 있다. 특히 지역화폐의 경우 지방정부 입장에서는 이득일 수 있지만 국가 전체적으로는 손해일 수도 있다. 그래서 많은 연구가 축적되어가면서 정책의 효과성과 방향이 형성되어가는 것이다. 정치인이 윽박지른다고 사실이 뒤바뀌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역화폐의 효과성에 대해 좀 더 엄밀한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해가는 것이 국민을 위한 생산적인 과정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