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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같거나 다르거나] 검찰에 대한 이중잣대 고백 / 김용태

등록 2020-09-23 16:34수정 2020-09-24 09:34

과다한 고소고발은 국민들이 염원하는 검찰개혁, 사법개혁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개혁의 핵심은 결국 권력기관의 과도한 권한을 줄이자는 것인데 정치인들이 앞다투어 고발장을 제출하면 검찰이나 사법기관의 역할과 영향력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한편으로는 입만 열면 검찰개혁을 외치면서 한편으로는 틈만 나면 형사고소를 거듭하는 것은 실로 이율배반적인 태도입니다. -금태섭

김용태 ㅣ 정치인

정치의 본령은 토론과 타협입니다. 정치가 제 역할은 하지 못한 채 틈만 나면 검찰과 법원으로 달려가는 행태는 금 전 의원 말씀대로 비판받아야 합니다. 국회는 헌법에 의거하여 국민으로부터 입법권을 부여받았습니다. 수많은 이해관계를 조정하여 법을 만들고, 이 법을 집행하는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것이 정치 본연의 역할입니다. 그런데 입법권의 내용과 과정에 대한 정치권 내부의 다툼을 그 안에서 해결하지 못하고 검찰과 사법부에 맡기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이고 제 스스로 족쇄를 채우는 일입니다. 어찌 보면 작금의 선거법 관련 패스트트랙 재판도 정치 스스로 자초한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공수처 문제가 또다시 불을 뿜고 있습니다. 청와대와 집권여당은 이번에야말로 끝장을 보겠다는 기세입니다. 하도 검찰개혁, 검찰개혁 해서 일반 국민들 중에도 이 문제에 대해 나름의 입장을 갖고 계신 분이 많으리라 짐작됩니다. 금 전 의원은 검찰 출신이자 여당 소속으로서 문재인 정권의 검찰개혁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오셨습니다. 저는 이 자리를 빌려 저의 검찰과 윤석열 총장에 대한 ‘이중 잣대’를 솔직하게 말씀드려 볼까 합니다. 그래야 검찰개혁에 대한 제 입장을 명확하게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공수처 설치 찬성론자였습니다. 제 눈에 비친 검찰은 헌법과 법질서를 수호하는 막강한 권력행사기관이지만 한편으로는 살아있는 권력에는 꼼짝하지 못하는 권력종속집단이었습니다.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거악을 척결하는 권력기관이지만 한편으로는 자연과 헌법이 부여한 ‘인간의 권리’를 손쉽게 침해하는 권력집단이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스스로도 감당 못 할 무소불위의 권력은 통제하되, 살아있는 권력으로부터는 독립시킬 것인가? 어떻게 하면 드러난 악에 대해선 추호의 흔들림 없이 척결하되, 그 과정에서 인간의 권리를 침해하지 못하도록 할 것인가? 이를 위해선 검찰을 견제할 장치로서 공수처 설치도 고려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간 검찰은 국민의 알 권리와 수사의 효율성을 내세워 인간의 권리를 너무도 손쉽게 침해해 왔습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피의사실 공표’와 ‘별건 수사’입니다. 검찰은 언론과 공조해 명백한 불법행위임에도 국민의 알 권리를 핑계로 피의사실 공표를 해왔습니다. 그러나 수사과정에서 공개된 피의사실이 무죄로 드러나더라도 피의자 입장에선 속수무책입니다. 사후 법률적인 구제책이 있다 해도 당사자가 입은 피해를 복구하는 데 턱없이 부족합니다. 문제는 피의사실 공표에 대해선 언론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도 거의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별건 수사를 수사 기법으로 치부하기에는 검찰이 악용하는 사례가 너무 많은 게 현실입니다. 드러나는 잘못에 눈감지 않는다는 검사들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의혹을 사실로 자백받기 위해 피의자는 물론 주변 사람들까지 ‘먼지털기식 수사’를 하는 것은 인권을 무시하는 국가편의주의적 폭력이라 할 것입니다. 열 명의 범인은 놓쳐도 한 명의 억울한 사람은 만들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공권력의 존립 근거입니다. 저는 어떤 경우에도 피의사실 공표와 별건 수사를 원천적으로 막는 검찰개혁에는 찬성합니다.

또한 검찰에 대한 적절한 통제 제도 마련에도 동의합니다. 검찰은 그간 내부 문제에서 과연 책임 있는 행동을 해왔는지 반성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민주적 통제를 가장한 정치권력에의 종속은 안 될 것입니다. 검찰 내부와 외부 인사들 간에 적정한 견제와 균형을 이루고, 검찰 구성원들이 절제와 소신을 갖고 일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저는 애초 윤석열 검찰총장 지명을 강력하게 반대했습니다. 전임 정권에 대한 수사가 너무도 가혹했고 전임 정권에서 요직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능력 있는 많은 검사들이 쫓겨났다고 보았기 때문이었습니다. 한편으론 문재인 정권 초기 드루킹 사건, 서울교통공사 취업 비리 사건 등에 대해 검찰이 너무도 미약하게 수사했기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당신은 전임 정권 인사이자 야당 의원이었으니 그런 것 아니냐는 지적은 당연합니다. 어쨌든 국민의 권리 침해는 개선되지 않고 내부는 통제되지 않는 무소불위 검찰에 대해 강력한 개혁이 필요하다 생각했습니다. 살아있는 권력에 종속되는 검찰보다는 국회가 관여하는 공수처가 그래도 낫지 않나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른바 ‘조국 사태’ 이후 살아있는 권력에 완벽하게 종속되는 검찰, 살아있는 권력의 뜻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는 공수처를 보며 생각이 복잡해졌습니다.

금 전 의원님, 검찰개혁의 진정한 길은 무엇일까요? 정말 지금의 검찰은 검찰개혁에 반대하기 위해 조국 사태를 일으켰을까요? 공수처가 생기면 살아있는 권력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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