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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정부 약속 ‘세종보 철거’로 답해야 / 황치환

등록 2020-09-24 16:01수정 2020-09-25 02:09

황치환 ㅣ 세종환경운동연합 상임대표

보에 물을 가두자마자 근처만 가면 악취가 났다. 물이 정체되면서 펄이 쌓이고 탁한 물만 흘렀다. 새들도 몇종밖에는 볼 수 없는 삭막한 강이었다. 세종보와 공주보의 수문을 개방한 지 2년도 안 되어서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기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모래톱이 늘어나고 하중도와 습지가 많아졌으며 수질이 좋아지면서 흰수마자와 재첩이 돌아왔다. 10년 만에 큰고니가 돌아오고 흰목물떼새와 노랑부리백로 그리고 황새가 찾는 금강에서는 아이들이 모래 놀이를 하고 가족들이 모래톱을 거닌다. 물길을 조금 텄을 뿐인데 자연의 강은 그 생태계를 회복하고 있으며, 우리 사람들에게도 치유가 되고 유익함을 주고 있다.

더 늦기 전에 금강의 보 세개는 철거해야 한다. 가장 돈을 적게 들이고 최첨단으로 금강을 ‘재자연화’하는 방법은 물의 흐름을 가로막고 있는 보를 다 터서 강물을 흐르게 하는 것이다. 수문을 개방했지만 5분의 2만 열려 있다. 여전히 5분의 3은 콘크리트 고정보가 강물의 흐름을 막고 있는 상태다. 보 뒤로 자갈이 쌓이고 풀밭이 되어 강 본래의 모습을 방해하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해 2월, 금강·영산강 5개 보 중 세종보와 죽산보는 해체하고 공주보는 부분 해체, 백제보와 승촌보는 상시 개방하라고 제시했다. 4대강을 재자연화하겠다는 대통령의 공약을 이행하는 과정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모든 게 멈춰진 상황. 1년을 훌쩍 넘겨 2년째에 접어들고 있는 지금, 보 처리 방안은 안갯속이다. 그사이, 선거에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 용수 확보를 이유로 보 철거를 반대하고 있다,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들어야 하므로 신중히 해야 한다, 국가물관리위원회가 정비가 안 되어 있었다 등 핑계만 들려왔다. 이젠 더 이상 시간을 끌 이유가 없다.

금강과 영산강 보 처리 방안은 오랜 기간 과학적으로 검증하고 경제성을 따져 내린 결론이다. 보 처리 방안이 25일 결정된다. 금강과 영산강 유역 물관리위원회의 검토 제출 심의, 그리고 최종적으로 국가물관리위원회에서 결정한다고 한다. 최악의 실패한 국책사업이자 후진국형 적폐세력에 의해 짓밟히고 파괴된 4대강을 되살려 후손들에게 온전하고 자연스러운 금강을 물려줘야 한다.

책임져야 할 환경부와 청와대가 정치계산으로 눈치를 보고 시간을 끄는 동안 금강의 일부 지자체는 보 처리와 무관한 사업들도 얹어서 개발 사업을 주고받기식으로 들고나오고 있다. 뱃길 사업이나 수변 개발을 하자고 한다. 금강은 자연성 회복이냐, 구시대적인 개발 사업이냐를 놓고 또다시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금강의 자연성을 회복하는 방향을 확정해야 한다. 강을 흐르게 하여 예전의 아름다운 강, 생명을 품은 어머니 강으로 되돌려 물고기와 새가 건강하게 서식하고, 우리의 아이들이 멱 감는 세계적으로 자랑할 만한 비단강으로 다시 살려내는 게 옳지 않은가.

정부는 4대강 복원과 보 처리 정책 방향을 명확히 할 때다. 후진국형 사업의 실패를 여전히 안고 간다거나 잘못된 사업을 용인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미 박근혜 정부 시절 감사원에서도 4대강 사업은 운하를 추진하기 위한 대국민 사기극으로서 실패한 국책사업이라고 인정하지 않았던가. 적폐청산이라는 국민의 염원을 저버려서는 안 될 일이다. 국민 70%의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16개의 보를 만들어 강물을 막아 강을 망가트린 지 10년이 지났다. 현 정부는 4대강의 자연성을 회복하겠다고 한다. 지구와 생태를 걱정하는 국민들과 물 흐르듯 소통하고, 강이 온전히 흐르게 보를 걷어내야만 4대강의 자연성을 회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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