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시 개방 중인 세종보와 그 주변 모습. 환경부 제공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으로 만들어진 금강의 세종보가 현재 상시 개방한 상태로 존치될 가능성이 높아져 논란이 예상된다. 오는 25일 열리는 금강유역물관리위원회 내 위원들 의견이 존치 쪽으로 기울었기 때문인데, 환경단체들은 세종시장을 중심으로 한 정부 쪽 당연직 위원들이 환경부 권고와 지역주민 의견을 무시한 채 존치를 고집하고 있다며 비판하고 있다.
23일 <한겨레>가 확인한 금강유역물관리위원회 내 정책분과위원회가 작성한 보 처리 방안에 대한 유역위 의견 제출문 초안을 보면, 금강유역위 위원 42명 중 48.6%가 세종보 해체 반대 의견을 냈다. 해체 의견은 32.4%에 머물렀다. 이에 유역위는 “상시 개방 상태에서 자연성 회복 선도사업을 적극 추진하면서 가시적 성과와 주민 공감대를 바탕으로 보 처리를 결정할 것”으로 결론지었다. 해체하지 않고 상시 개방한 상태로 두자는 것이다.
이런 결정은 주로 세종시 등 보 인근 지방정부의 반대에 따른 것이다. 앞선 17일에 연 금강유역위의 전체회의 자료를 보면 민간위원들은 다수안으로 ‘해체’ 의견을 냈고 ‘상시 개방’은 소수의견이었다. 그러나 이춘희 세종시장 등 당연직 위원들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 22일 회의에서는 정반대의 초안이 만들어졌다. 금강유역위 42명의 위원 중 당연직 위원은 총 20명으로 금강 유역 8개 시·도의 단체장, 환경부 장관(공동위원장) 등 중앙부처 9명, 농어촌공사 등 공공기관 3명으로 구성돼 있다. 한 민간위원은 “세종시와 충남도 등에서 뱃길 운영, 친환경 도시 지정 같은 지역 사업을 해야 한다며 해체에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 초안은 오는 25일 금강유역위 본위원회에서 의결하면 다음달께 열릴 국가물관리위원회로 전달돼 최종 확정된다. 이대로면 지난해 2월 환경부의 4대강 조사·평가 기획위원회가 제시한 보 처리 방안을 뒤집는 결과가 된다. 당시 제시안은 보의 유지관리 비용 등 경제성을 이유로 금강·영산강 5개 보 중 세종보와 죽산보는 해체하고 공주보는 부분 해체, 백제보와 승촌보는 상시 개방하는 것이었다. 환경단체들은 상시 개방을 해도 보 구조물이 남아 있는 한 하상이 왜곡되고 유지관리비용이 들어가는 등 정부가 공약한 4대강의 재자연화가 요원할 것이라 보고 있다.
‘4대강재자연화시민위원회’ 회원들이 23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금강, 영산강 보 처리 방안 원안 확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금강유역위의 이런 결정은 세종보 인근 주민의 의견과도 충돌한다. 환경부가 국무총리실 지시로 지난 7월 말부터 한달간 실시한 ‘금강·영산강 보 처리에 대한 국민 의식 조사’ 결과를 보면, 세종보 인근 주민 500명 중 ‘환경부 권고대로 보를 해체해야 한다’고 답한 주민은 56.6%였다. 반대는 32.3%였다. 보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필요 없다’는 이가 48.6%, ‘필요 있다’는 이가 38.9%로 나왔다. 이는 전국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일반 국민 해체 여론(43.1%)보다 높은 비율이다.
이날 환경단체들로 꾸려진 ‘4대강재자연화시민위원회’는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4대강 보 처리 방안을 환경부 권고안대로 확정하라”고 촉구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신재은 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국장은 “도시화된 세종보 주변은 농업용수 필요성 등 보를 존치해야 할 이유가 없는데도 지자체장과 정치인들이 이를 막아서고 있다”며 “4대강 복원은 시민의 여론이고 국정과제이므로, 문재인 정부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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