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MLB) 토론토의 류현진(33)과 세인트루이스 김광현(32)이 10월1일 포스트시즌에 동시 선발 출전한다. 둘은 팀이 와일드카드로 진출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두 선수를 보면 세계 최고의 메이저리그에 끊임없이 등장하는 한국 투수들의 힘이 어디서 나오는지 궁금해진다. 앞서 1990년대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박찬호를 시작으로 김병현, 오승환 등이 굵은 족적을 남겼다. 비록 메이저리그에 가지 못했지만 돌처럼 묵직한 공을 던진 선동열도 세계적 선수였다.
현재의 프로야구 시스템 정착 연도를 비교해도 한국은 미국보다 80여년, 일본보다 30여년 늦게 출범했다. 야구가 국기인 미국이나 두꺼운 선수층을 지닌 일본과의 차이를 고려하면 한국 투수들이 돋보인다.
데이비드 엡스타인은 <스포츠 유전자>에서 타고난 자질이 운동 수행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지만, 과학자들이 해당 유전자를 찾아내는 작업은 매우 초기 단계라고 했다.
이런 까닭에 우사인 볼트 등 단거리 최강 선수들을 배출한 자메이카 북서부 트렐로니 마룬족의 신체적 특징을 주식인 ‘참마’나, 선조들의 좋은 혈통으로 설명하는 경우가 있다. 엘리우드 킵초게 등 세계 마라톤을 석권하는 케냐 칼렌진족의 성취 배경을 두고도 에너지 소비량이 적은 하체나 고산지대 훈련, 벼락부자에 대한 열망 등이 제기된다.
한국의 경우 조기 발굴과 강도 높은 훈련, 정신력 등이 선수 성장 요인으로 주로 꼽혀왔다. 하지만 동이족과 한국 양궁을 연결짓는 것처럼, 전래풍속인 ‘석전(石戰)놀이’가 강한 어깨와 관련이 있을 수도 있다.
조준호 한체대 교수는 ‘석전의 스포츠 속성에 관한 사적 해석’에서, 동서양을 막론하고 과거 돌을 무기로 사용했지만 한국은 고구려 시대부터 백성들이 양 패로 나눠 석전을 놀이화했다고 분석했다. “오랜 기간 돌팔매를 조직화하고, 놀이로, 무용으로 확대하면서 스포츠적 속성을 내포했다”는 것이다.
정월 대보름, 단오 등에 전국적으로 벌어진 석전놀이는 일제에 의해 중단됐다. 하지만 돌멩이만 보면 ‘물수제비’라도 떠야 하는 한국인의 속성은 남아 있다.
석전놀이의 후예인 류현진과 김광현이 추석 연휴 승전보를 전해주기를 기대해 본다.
김창금 스포츠팀 선임기자 kim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