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개미’에 이어 ‘서학개미’가 급증세다. 올해 국내 투자자의 해외주식 거래규모(9월 기준)는 1300억달러, 우리 돈으로 150조원에 이른다. 이미 지난해 연간 거래규모 410억 달러의 3배를 넘어섰다. 비대면 산업의 미래 성장성에 주목한 개인투자자들과 역대급 저금리와 유동성이 빚어낸 양상이다.
서학개미의 주류는 20∼40대 청장년층이다. 이들은 전용 앱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해외 직구가 가능하다. 투자 기업의 공시와 실적은 물론 온라인 투자설명회에도 실시간으로 참여한다. 무시 못할 정보력으로 투자 기업을 분석한다. 투자 대상은 주로 미국 기술주에 집중돼 있다. 국내 투자자의 해외주식 보유액 순위를 보면, 애플·마이크로소프트 등 전통적인 대형 기술주와 테슬라·니콜라 등 신흥 기술주가 동시에 상위권을 다툰다. 페이스북·넷플릭스 등 콘텐츠 플랫폼 기업들도 강세다.
세계적인 기술주 활황에 힘입어 맏형격인 애플은 미국 증시 역사상 처음으로 시가총액이 2조달러(약 2400조원)를 넘어섰고, 테슬라는 불과 반년 새 주가가 4배 이상 올랐다. 기업가치를 따지는 전통적 기준은 크게 안정성과 수익성, 성장성 세가지다. 자산과 부채, 현금유동성 등 재무적 안정성과 기업이 얼마나 많은 이익을 내는지가 우선이다. 가장 애매한 게 성장성이다. 기업분석가들은 연구개발비 비중이나 특허 보유 건수 등을 살피지만, 아무래도 재무·이익 흐름처럼 명확하고 객관적인 통계에 기반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주가 수준을 평가할 때 가장 널리 사용하는 게 주가수익비율(PER)이다. 주가가 그 회사의 1주당 순이익의 몇배인지 계산한 수치로, 기업 이익에 견준 현재 주가 수준을 보여준다. 딱히 정해진 기준은 없지만, 통상 12배보다 낮으면 실적 대비 저평가 주식, 그 이상이면 고평가 주식으로 본다.
최근 테슬라·니콜라 등 신흥 기술주들이 거품 논란에 휩싸여 있다. 테슬라는 전기차 1위 업체지만 전세계 자동차 시장점유율은 1%가 안 된다. 누적 적자는 68억달러(약 8조원)에 이른다. 수소차 기업 니콜라는 아직까지 차를 한대도 판 적이 없다. 테슬라의 주가수익비율은 1000배이고, 니콜라는 이익을 낸 적이 없으니 계산할 수가 없다. 주가가 기업의 미래 가치와 성장성을 반영한다지만, 도요타나 포드를 웃돈다니 현기증이 난다.
김회승 논설위원 honest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