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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노벨문학상과 도박사이트 / 김은형

등록 2020-10-06 15:50수정 2020-10-07 02:41

2000년대 중반부터 2017년까지 해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 발표 날이면 고은 시인의 경기도 집 앞은 취재진으로 북적거렸다. 스웨덴 한림원은 노벨상의 모든 부문에서 미리 후보를 내지 않고 철통보안을 유지하다가 수상자를 발표한다. 그럼에도 취재진이 모인 건 유명 도박사이트에서 고은 시인을 유력 후보로 올렸기 때문이다.

래드브룩스나 나이서오즈 같은 영국의 유명 도박사이트들은 해마다 노벨문학상과 노벨평화상의 유력 후보들을 내놓는다. 특별히 이 분야에 전문성이나 관심이 있어서라기보다는 세상의 모든 선택에 베팅을 하는 도박사이트의 속성이다. 6일 나이서오즈 사이트에 들어가보면 온갖 스포츠와 게임 종목뿐 아니라 차기 제임스 본드 역 배우, 2021년 아카데미상과 그래미상 등의 유력 후보 명단이 올라와 있다. 한 달 남은 미국 대선은 말할 것도 없고.

물론 도박사이트라고 해서 아무런 근거도 없이 후보 이름을 내놓는 건 아니다. 2006년 터키 작가 오르한 파무크의 수상을 맞혀 도박사이트에 대한 ‘신뢰’를 높인 래드브룩스는 자신들이 운영하는 전문가 그룹이 전세계의 서평과 블로그, 트위터 등을 검색해 후보 목록을 작성한다고 2013년 밝힌 바 있다. 또 선정을 맡고 있는 스웨덴 한림원 회원들에 대한 비공식 취재도 한다. 이 과정에서 사전 정보 유출 의혹을 받기도 해 지난해에는 스웨덴 경찰이 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이 논란으로 래드브룩스는 지난해 노벨상 후보를 내놓지 않았지만 대신 나이서오즈가 수상자인 폴란드 작가 올라 토카르추크를 유력 후보에 올려놓았다.

올해 나이서오즈는 주요 후보로 마리즈 콩데, 류드밀라 울리츠카야, 마거릿 애트우드 등 여성 작가와 무라카미 하루키, 응구기 와 티옹오 등을 배당금이 ‘짠’ 유력 후보로 올려놨다. 이들은 수년째 상위권에 출석하는 후보들이다. 한국의 고은 시인도 앤 카슨, 하비에르 마리아스 등과 나란히 6위에 올라와 있다. 하지만 고은 시인뿐 아니라 한림원도 ‘미투’로 내홍을 겪으며 2018년 수상작을 내지 않았고, 지난해 페미니스트 작가인 토카르추크가 수상했기 때문에 올해 고은 시인의 수상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김은형 논설위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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