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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엘비스, 비틀스, BTS와 병역특례 / 손원제

등록 2020-10-12 14:44수정 2020-10-13 02:42

폴 매카트니는 “징병제가 몇년 더 지속되었으면 아마도 비틀스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비틀스 멤버 중 존 레넌과 링고 스타가 1940년, 매카트니가 42년, 조지 해리슨이 43년생이다. 데뷔한 건 1962년, 멤버 모두 군에 가 있거나 입대를 고민했을 나이였다. 절묘하게 영국은 1960년 징병제를 폐지하고 모병제를 실시했다. 덕분에 이들은 군대 걱정 없이 음악 활동을 이어갈 수 있었다. 만약 징병제 폐지가 좀 더 미뤄지기라도 했다면, 팝의 역사도 바뀌었을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비틀스가 초기 표본으로 삼았던 건 ‘로큰롤의 황제’ 엘비스 프레슬리다. 레넌은 “엘비스를 듣기 전까지 어떤 것도 내게 영향을 주지 못했다”고 말한 적이 있다. 프레슬리는 스물한살이던 1956년 1월 첫 싱글 ‘하트브레이크 호텔’이 빌보드 싱글 차트에서 8주 동안 정상을 차지하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슈퍼스타가 된 그도 병역 의무를 피할 수는 없었다.(미국은 1973년 징병제를 폐지한다.)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57년 말 징집영장을 받은 그는 이듬해 3월24일 머리를 깎고 입대했다. 기초훈련 뒤 독일 프리트베르크의 미군 기지에서 소총수로 복무했다. 당시 미 국방부는 그를 군 예술대에 배치할 계획이었지만, 본인이 일선 근무를 자원했다고 한다.

복무 기간 숱한 팬들이 프리트베르크를 찾아 때아닌 관광 특수를 안겼다. 이곳 시 당국은 2018년 그를 형상화한 픽토그램을 새긴 신호등을 설치하기도 했다. 빨간불에는 그가 긴 마이크 스탠드를 붙잡고 선 모습이, 초록불에는 다리를 빙글빙글 돌리며 춤추는 모습이 담겼다.

2년의 군 복무도 그의 인기를 멈춰세우진 못했다. 1960년 3월 제대 직후 발매한 앨범들은 잇따라 대성공을 거뒀고, 황제는 찬란하게 복귀했다.

방탄소년단(BTS) 병역특례 허용 논란이 뜨겁다. 정작 멤버들은 입대 뜻을 분명하게 밝혔건만, 정치권이 나서서 논란을 키웠다. 슈퍼스타가 된 뒤 병역 문제가 불거졌다는 점에서, 방탄소년단은 비틀스보다는 프레슬리와 닮았다. 무엇보다 징병제 국가 중 한국처럼 큰 폭의 병역특례 제도를 운용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형평성 논란 소지가 큰 예외조처를 계속 확대하는 게 능사일 순 없다. 손원제 논설위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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