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중수소. 화학기호로는 ³H 또는 삼중수소의 영어 표현인 트리튬에서 따온 T로 표시한다. 원소 중에 가장 가벼운 수소의 동위원소로 H로 표시하는 일반 수소(경수소)에는 없는 중성자 2개를 가지고 있다. 이로 인해 불안정한 상태가 되어 방사성을 띈다.
삼중수소는 자연에도 존재하지만 비율이 미미하고 원자로의 핵분열 과정에서 주로 발생한다. 핵분열로 가열되는 원자로 노심을 식히기 위해 사용하는 냉각수로 들어간다. 삼중수소가 방출하는 방사선은 피부의 각질층을 뚫지 못할 정도로 약하고 흡수되더라도 12일이면 절반이 몸 밖으로 빠져나가는 ‘생물학적 반감기’를 가지고 있어 다른 방사능 물질에 비해서는 피해가 적은 저준위 방사물질로 이해된다. 그러나 이는 엑스레이처럼 한번 흡수됐을 때의 안전성일 뿐, 피폭 정도에 따라 그 위험성은 달라질 수 있어 국가별로 엄격한 안전기준을 마련해놓고 있다. 유럽방사선리스크위원회(ECRR)는 “내부 피폭이 유전자(DNA) 변이과정을 거쳐 암을 발생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일본 정부가 조만간 해양 방류를 추진하고 있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에는 삼중수소 함유량이 정부의 배출기준보다도 열배나 높아 인접 국가인 우리나라뿐 아니라 자국민들까지 불안에 떨게 만들고 있다. 일본 정부는 다핵종제거장치(ALPS)로 오염수를 정화한 뒤 배출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삼중수소는 물과 단단한 화학적 결합을 해 핵종제거장치로도 걸러지지 않아 오염수 방출의 최대 쟁점이 되고 있다.
삼중수소 위험성 논란은 후쿠시마만의 문제가 아니다. 원자로의 한 형태인 중수로는 우리가 마시는 일반 물(경수)보다 무거운 중수를 냉각수를 사용하면서 더 많은 삼중수소를 발생시킨다. 최근 조기폐쇄 경제성 감사 결과로 논란을 빚은 월성1호기가 중수로 원전으로, 지금도 우리나라 전체 핵발전소 삼중수소 배출량의 40%가 월성 2·3·4호기에서 나온다. 월성 핵발전소 인근 여성의 갑상샘암 비중이 다른 지역보다 2.5배나 높게 나오는 건 삼중수소 오염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원전의 안전성 문제는 일본 따로, 한국 따로일 리가 없다. 일본 원전은 안전성, 우리 원전은 경제성으로만 평가하는 이중 잣대는 어리석은 자가당착일 뿐이다.
김은형 논설위원 dmsgu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