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통신산업협회(ATIS)가 지난 13일 ‘넥스트G 연합’(Next G alliance) 출범을 발표했다. 미국의 정보통신(ICT) 분야 주요 기업들인 시스코, 퀄컴, AT&T, 벨, 인텔,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버라이존 등과 함께 삼성과 에릭슨, 노키아가 창립 멤버로 참여했다. ‘넥스트G 연합’이 밝힌 목표는 명확하다. 6세대 이동통신(6G)을 비롯해 앞으로 수십년 동안 첨단 통신기술에서 북미(미국)가 주도권을 쥐도록 기반을 확보하겠다고 한다.
6G는 5G(5세대 이동통신)보다 속도가 50배 빠르다. 5G 통신이 이제 막 발걸음을 뗐는데, 세계가 벌써 ‘6G 전쟁’에 뛰어든 배경에는 미-중 신냉전이 있다. 첨단 기술 패권을 좌우하는 것은 누가 더 빠른 초고속 통신망을 개발하고 표준화하느냐다. 중국을 얕보던 미국은 그 첫 단계인 5G 경쟁에서 중국에 참패했다. 화웨이의 5G 통신장비로 기술력을 과시한 중국은 이를 기반으로 얼굴·음성 인식, 양자 컴퓨터, 전자결제, 드론 기술에서 미국을 압도하고 있다. 통신망 경쟁에서 밀리면 군사, 항공우주, 의료, 에너지 분야에서도 뒤쳐지게 된다. 급해진 미국은 6G 기술을 선점함으로써 중국에 빼앗긴 첨단기술 주도권을 되찾으려 서두르고 있다.
미국 정부는 강한 제재를 통해 ‘화웨이 죽이기’에 나서는 한편, 전세계 통신망과 앱에서 중국 기업들을 퇴출시키려는 ‘클린 네트워크’에 동맹들이 동참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렇게 미국 정부가 중국 기업들을 제재해 시간을 버는 동안 미국 기업들이 삼성, 에릭슨, 노키아까지 규합해 6G 첨단기술 개발에서 앞서겠다는 전략을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맞서 중국도 6G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중국 공산당 지도자들이 최근 집단학습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는 주제도 차세대 정보통신과 인공지능(AI), 양자 컴퓨터라고 한다. 25~29일 중국 공산당 지도부 374명이 모여 19기 공산당 중앙위원회 5차 전체회의(5중전회)를 열고 미국의 압박에 맞서 승리할 지구전 전략을 마련하고 있는데, 그 핵심은 내수시장을 키우는 것과 첨단기술 독립을 이루는 것이다.
70년 전 한국전쟁의 성격을 둘러싸고 뒤늦게 국제적 공방전이 벌어지고 있지만, 지금 주목해야 할 것은 과거가 아닌 미래다.
박민희 논설위원 minggu@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