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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뉴노멀-트렌드] 소비 욕망이 된 ‘안전’, 그리고 괴물 / 김용섭

등록 2020-11-01 17:24수정 2020-11-02 13:49

김용섭 ㅣ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

우리가 안전불감증은 늘 겪어왔지만 안전민감증, 안전과민증은 처음 겪어본다. 마스크를 쓰고, 전염병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살아온 지 반년이 넘고, 적어도 내년까진 이렇게 살아야 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모두가 알다 보니 ‘안전'에 대한 욕망은 역대급으로 커졌다. 이를 기업들이 간과할 리 없다. 욕망은 늘 소비를 낳고, 이는 곧 돈 버는 기회를 만들기 때문이다.

마스크를 필두로, 손소독제, 체온계 등 위생용품이 역대급으로 팔렸다. 줄어들던 일회용품 사용도 다시 늘었다. 개방형 오피스가 트렌드가 되면서 쇠퇴했던 칸막이 판매도 급증했고, 가림막으로 쓰는 투명 아크릴판도 히트 상품이 되었다. 팬데믹 와중에 뜨는 상품과 지는 상품의 희비가 엇갈리기도 하고, 새로운 히트 상품이 등장하기도 했다. 스마트폰 살균기도 잘 팔리고, 패션에선 안티바이러스 원단으로 옷을 만들기 시작했고, 엘리베이터에선 에어 클린 기능이 들어간 제품이 주목받고, 식품업계에선 면역력을 마케팅 키워드로 남용할 정도로 많이 쓰고, 건설업계에서도 전신살균기나 에어 샤워 기능을 아파트 현관이나 로비에 적용하는 시도가 활발하고, 극장이나 항공기 등 다중이 함께 같은 공간에 머물러야 하는 분야에선 방역과 소독을 상시로 하는데다, 공기 청정과 환기, 자외선 살균 조명 등을 적용하는 시도도 계속 나온다. 우리의 의식주를 둘러싼 일상생활에서 개인위생이자 안전을 필수이자 기본으로 적용하는 시대를 우리가 살다 보니 생긴 일이다.

공사장 가림막에서나 보던 안전제일, 즉 ‘세이프티 퍼스트’가 지금은 우리 일상 전반에서 가장 강력한 트렌드가 되고 있다. 이미 시작된 소비 트렌드로서의 ‘안전'은 이번 겨울이면 더 커질 것이고, 내년을 관통하는 가장 강력한 마케팅 이슈가 될 것이다. 한마디로 가장 돈 되는 이슈가 될 것이고, 나쁜 놈들도 그만큼 많이 달려들 것이다.

우려하던 일이 하나 터졌다. 바로 가짜 마스크다. 안전이 강력한 욕망이 되면서 이를 악용해 공포마케팅을 펼치거나, 사기를 치는 이들이 나올 거란 예상은 누구나 할 수 있었다. 마스크 품귀 현상이던 때에 사재기를 해서 폭리를 취하는 이들도 있었으니 무허가 가짜 마스크를 만드는 발상도 그리 놀랍진 않다. 공적 마스크가 중단되자 온라인에선 마스크 값이 떨어지기 시작했는데, 유독 큰 폭으로 내린 제품들이 있었다. ‘수상한데, 이건 왜 이렇게 싸지’ 하면서 봤던 기억이 있었는데, 확인해보니 이번에 문제가 된 무허가 마스크 중 하나였더라. 사실 이번에 드러난 것 외에도 더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 못 한다. 지금도 제2, 제3의 가짜 마스크가 돌아다닐 수 있고, 이전에 안 걸리고 유통시켰던 이들도 있었을 수 있다.

앞으로도 안전과 관련한 상품 중 수많은 가짜가 나타날 것이다. 욕망이 커지면 돈도 몰려들고, 그렇게 되면 가짜도 기승을 부린다. 가짜 마스크뿐 아니라, 가짜 손소독제를 비롯하여 우리가 안전을 위해 샀던 것들 중 가짜가 없다는 보장이 없다. 사회의 불안, 사람들의 안전에 대한 욕망을 악용하는 것만큼 반사회적인 범죄도 없을 것이다. 전염병으로부터 우릴 안전하게 지킨다고 믿고 산 물건이 가짜라는 건 심각한 문제다. 이럴 때일수록 더 강력한 대응과 처벌이 필요하다. 사기로 버는 돈이 훨씬 큰데 그깟 벌금형 정도로는 안 된다. 괘씸죄를 적용하고, 국민감정을 고려해 범죄수익 몰수라든가 강력한 구형이 필요하다. 일벌백계하여 강력한 경고를 해야 한다. 위기를 기회 삼아 돈 버는 건 자유지만, 지킬 건 지켜야 한다. 사람 되긴 어려워도 괴물은 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괴물에겐 관대하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 우릴 더 안전하게 지킬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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