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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숨&결] 백신과 매국노 / 김우재

등록 2020-11-02 14:33수정 2020-11-03 14:18

김우재 ㅣ 낯선 과학자

바이러스엔 눈이 없다. 복제를 통해 숙주를 옮겨갈 뿐이다. 바이러스의 확산 속도와 범위는 역학의 법칙을 따른다. 감염된 숙주가 자유롭게 활동할수록, 확산의 속도와 범위는 증가한다. 감염병 방역의 제1원칙은 확산의 접점을 최대한 차단하는 것이다. 그 법칙엔 예외가 없다. 사회적 거리를 통제하지 못하면, 한국도 미국이나 일본 같은 상태가 된다. 바이러스는 정확한 역학의 법칙에 따라 확산되는 이물질이다. 그런 바이러스를 막으려면 여론이 아니라 합리적 이성이 잠시 사회를 운용할 필요가 있다.

백신 접종 후 사망자에 대한 기사가 보수 언론을 중심으로 확산 중이다. 하지만 그들은 사망자의 숫자만 말할 뿐, 교묘하게 통계를 왜곡한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이미 1500만명이 독감백신을 접종했다. 인구의 3분의 1 정도가 백신을 접종했다는 뜻이다. 한국에선 하루에 770여명이 사망하고, 하루 평균 36명의 자살자가 나온다. 하지만 독감백신을 맞은 뒤 숨진 사람은 59명뿐이다. 심지어 이 중 46건은 백신과 아무런 관계도 없다. 백신 접종 후 사망과 백신 부작용으로 인한 사망은 과학적으로 완벽하게 다른 의미다.

가천대 의대 정재훈 교수는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이후 발생한 사망에 대한 우려와 과학적 이해’라는 글에서 이렇게 추론한다. “우리나라는 연간 30만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며 … 10월경에는 매일 약 1000명의 사망이 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인플루엔자 국가 예방접종률을 약 50%라고 가정하고, 접종의 시기를 2달 정도라고 한다면 접종시기 동안 매일 약 전체 인구의 1% 정도가 예방접종을 받을 것이다. 연령과 성별 등의 고려 없이 단순히 생각한다면 10월의 일일 평균 사망건수 1000건의 1%에 해당하는 약 10건의 사망이 예방접종 후 1일 이내 사망자로 나타날 수 있다.”

김명희 시민건강연구소 상임연구원은 이렇게 설명한다. “100만명 중에 한 명꼴로 생기는 어떤 부작용이 있다고 하자. 이런 부작용은 임상 3상에서 걸러내기 어렵다. 물론 아주 드문 부작용이다. 그런데 2000만명이 예방접종을 한다고 하면 통계적으로 20명에게 그 부작용이 발생하게 된다. 백신의 안전성을 최대한 확보해야 하지만, 완벽하게 안전하다는 건 거짓말이다.” 백신은 물론 현대인이 투약하는 모든 약은 심지어 아스피린조차 완벽하게 안전하지 않다.

물론 질병관리청이 미숙했던 측면도 있다. 정은경 청장은 “작년 백신 접종 후 7일 내 노인사망 1500명”이라는 발언으로 국민 정서에 혼란을 줬다. 하지만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정은경 청장의 리더십이 소중한 것이다. 국가적 위협 상황에서 어떤 정무적 판단도 없이, 정확히 과학적 사실만을 전달하려는 투철함 때문이다. 공포심을 조장하는 원흉은, 통계적 분석과 과학적 확인도 없이 기사를 남발하는 보수 언론과, 보수 언론에 권위를 실어준 대한의사협회(의협)이다. 백신의 개발은 과학의 영역이지만, 백신을 통한 방역은 사회적 신뢰에 가깝다. 보수 언론과 의협은 정권을 공격하기 위해 국가의 존속에 필수적인 백신의 사회적 신뢰를 흔들고 있다. 그건 나라를 파는 짓이다.

강대국 미국이 코로나로 인해 무너지는 모습을 주시해야 한다. 첨단과학의 미국이 창조과학과 백신 반대운동의 진원지라는 딜레마가 코로나 사태로 해결되었다. 우리는 삶 속에서 과학이 겉돌고, 정치권력이 과학을 무시할 때 벌어질 수 있는 모든 파국을 목도하고 있다. 보수 언론과 의협은 한국을 미국처럼 만들려고 한다. 종미도 이런 종미가 없다.

백신은 사회를 지탱하는 과학의 최후 저지선이다. 백신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무너지면 우리가 쌓아온 모든 과업도 사라진다. 한국은 97.2%의 백신 평균 접종률을 보유한, 세계에서 가장 백신을 신뢰하는 나라다. 과학강국 미국의 접종률은 86.9%에 불과하다. 백신이 무너지면, 한국도 무너진다. 합리적인 국민을 믿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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