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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재벌과 혼맥(婚脈) / 곽정수

등록 2020-11-02 15:56수정 2020-11-02 18:38

최근 아모레퍼시픽그룹 서경배 회장의 장녀가 결혼했다. 배우자는 보광창업투자 홍석준 회장의 장남이다. 두 사람이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됐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재벌의 혼맥 전통과 연관지어 보는 시각이 많다. 아모레퍼시픽은 화장품이 주력인 재계 48위 그룹이다. 보광창투가 속한 비지에프(BGF)는 60위권 밖이지만, 계열사가 15개에 이르는 대기업이다.

재벌의 특징은 문어발식 사업다각화, 총수의 황제경영이 꼽힌다. 여기에 하나 더 추가한다면 자녀 혼인을 통한 강력한 혼맥 구축이다. 전통적으로 재벌은 재계·정계·관계의 유력인사들과 사돈관계를 맺으며, 그들만의 ‘상류사회’를 형성해왔다. 비슷한 사람끼리 어울리고 싶은 동류의식의 발로일 수 있지만, 소수 특권층끼리만의 폐쇄적인 결혼은 기득권의 세습을 고착화하는 역기능도 있다.

아모레퍼시픽과 비지에프는 재벌 혼맥의 대표적 사례다. 서경배 회장의 부친이자 그룹 창업주인 서성환 회장은 2남4녀의 혼인을 통해 각계 실력자들과 인연을 맺었다. 서 회장의 부인은 농심 신춘호 회장의 딸이고, 형의 부인은 조선일보 방우영 전 회장의 딸이다. 비지에프는 재계 1위 삼성과 사돈 관계다. 홍석준 회장의 누나는 이건희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씨이고, 부친은 홍진기 전 내무장관이다.

재벌의 혼맥 전통이 여전하지만, 일부 변화 조짐도 있다. 최근 재계 45위인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의 차남이 결혼했다. 신부는 보통 집안 출신으로, 부친이 대기업 임원으로 재직 중이다. 장남인 서진석 수석부사장의 부인도 평범한 집안 출신이다. ‘흙수저’ 출신으로 자수성가한 서 회장은 자녀 결혼도 기존 재벌과는 다른 모습이다. 아들에게 결혼을 결심하기 전에는 아버지가 누구라는 것을 여자친구에게 알리지 않도록 당부했다고 한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도 보통 집안 출신의 회사 입사동기와 백년가약을 맺었다. 에스케이그룹 최태원 회장의 장녀도 아이티(IT) 기업에 다니는 회사원과 결혼했다.

서정진 회장은 “회장은 기업의 왕이 아니다”며 65살이 되는 올해말 퇴임을 약속했다. 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 두 아들은 대주주로서 이사회 의장만 맡을 계획이다. 재벌 역사상 처음으로 소유-경영을 분리하는 것이다. 유력한 차기 상의 회장 후보로 꼽히는 최태원 회장은 기업의 사회적 가치와 책임을 강조한다. 재벌 혼맥 전통의 약화도 재벌의 쇄신 움직임과 연관지어 볼 수 있을 것 같다.

곽정수 논설위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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