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익숙한 육면체가 눈길을 끌었다. 오랜만이라 반가웠다. 여전히 통통했다. 재개발을 앞두고 문 닫은 치킨집 앞에서 잠시 상념에 빠졌다. 눈이 나빠지는 걸 막겠다고 화면보호기를 달았는데도 내 시력은 떨어졌지. 간편·간단·가벼움을 강조하는 가전업계에서 이제는 환영받지 못하는 이 아이. 이곳저곳에 묻은 세월의 흔적을 보니 쉬운 삶은 아니었겠구나. 고단한 사장님은 반짝이는 새 모니터를 사셨으려나. 이제 이 녀석은 어떻게 될까. 그나저나 사장님은 어디로 가셨지? 아차, 지각하겠군!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