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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바이든 시대, G2 경쟁에서 한국이 살아남을 방책은?

등록 2020-11-13 19:06수정 2020-11-24 08:33

[토요판] 다음주의 질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11일(현지시각) 미국 재향군인의 날을 맞아 부인 질 바이든과 함께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 있는 한국전쟁 참전기념비를 찾아 추모하고 있다. 필라델피아/AF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11일(현지시각) 미국 재향군인의 날을 맞아 부인 질 바이든과 함께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 있는 한국전쟁 참전기념비를 찾아 추모하고 있다. 필라델피아/AFP 연합뉴스

젊은이들에게 인기있는 동영상 공유 앱 틱톡의 모기업인 중국 바이트댄스 본사를 2년 전 방문했다. 베이징 첨단기술 산업단지 중관촌에 있는 이 회사에 들어서니 캐주얼한 차림의 젊은 직원들로 북적였다. 창업 6년 만에 직원 2만명이 됐으며, 직원의 80% 이상이 20대라고 했다. 곳곳에서 젊음의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건물 중심부엔 우주선 조종실을 본떠 설계된 원통형의 회의실이 있었는데, 그 주변 직원들 책상 위에는 복잡한 수학 계산을 끄적인 메모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틱톡에 인공지능을 적용하는 연구작업으로 보였다. 중국 스타트업들의 무서운 성장 속도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 8월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틱톡이 미국 안보에 위협이 된다며 미국 사업부문 매각을 강요한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고개가 갸우뚱거려졌다. 통신장비 업체인 화웨이의 경우엔 통신기기에 백도어를 설치해 정탐 활동을 할 수 있다는 미국 쪽 주장을 확인할 수는 없지만 의심은 할 수 있다고 봤다. 이미 2013년 미국 정보당국도 전세계 통신망에 은밀히 접속해 감청 활동을 해온 사실이 드러난 전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통신장비 업체가 아닌 사회관계망서비스의 개인정보 수집 가능성을 국가안보 위협으로 단정하고 사업 중단을 요구한 것은 과잉 대응으로 여겨졌다.

이런 과도한 제재는 트럼프가 국내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측면도 있었겠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미-중 패권 경쟁이 심각한 단계에 들어섰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문제는 트럼프의 중국 때리기가 미국 내에서 광범위한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마저도 트럼프의 대중국 정책에는 지지를 하는 모양새다. 이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도 미-중 경제패권 경쟁은 여전할 것임을 시사한다.

실제로 바이든 당선자의 기본적인 대중국 인식과 전략적인 정책 방향은 트럼프와 다르지 않아 보인다. 그는 대선 공약이나 유세에서 한번도 트럼프의 대중국 관세부과나 기업제재 조처를 철회할 것이라고 언급하지 않았고, 심지어는 시진핑 국가주석을 ‘불량배’(thug)라고 부르기도 했다. 물론 전술적인 접근 방식은 다를 것이다. 트럼프가 일방주의적·극단적인 방식을 선호했다면, 바이든은 다자주의적이고 좀더 세련된 방식을 선택할 것이다. 그러나 바이든은 민주주의와 인권, 국제규범이라는 가치를 중심으로 동맹국들과 연합해 압박을 하기 때문에 중국엔 더 뼈아플 수 있다.

바이든은 공약에서 미국 제조업의 부흥을 천명했다. 인공지능·전기차·5G 등 첨단산업 연구개발에 4년간 3000억달러(약 330조원)를 투입하고, 정부 조달로 미국산 제품을 4000억달러어치 사들이겠다고 했다. 이런 ‘산업 재건’(Build Back Better) 전략은 중국의 첨단산업 추격 전략인 ‘중국제조 2025’에 정확히 맞선 것이다. 중국에 의존적인 공급망을 미국 내에 창출함으로써 빼앗긴 일자리를 되찾고, 기술패권 경쟁에서도 앞서나가겠다는 포부다. 바이든 시대에도 경제 민족주의의 기세는 누그러지기는커녕 한층 거세질 수 있다.

바이든 당선자는 12일 문재인 대통령과 한 통화에서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와 번영의 핵심축(linchpin)”으로서 한-미 동맹 강화에 대한 열망을 나타냈다. 이는 트럼프의 대중국 견제 전략인 ‘인도·태평양 전략’을 연상시키는 대목이다. 우리 정부 당국자들은 주요 사안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을 요구받는다고 토로하는데, 이런 상황은 계속될 것이라는 얘기다.

과연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가장 중요한 것은 외교안보와 통상 분야에서 어느 한쪽에 과도하게 치우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2016년 사드 사태를 보라. 미국의 사드 배치에 이은 중국의 보복 조처에 엄청난 경제적 피해를 본 현실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핵심적 국가이익이 되는 사안들에서는 우리의 입장을 분명히 정한 뒤 미·중에 끊임없이 메시지를 보내고 설득해야 한다. 당시 박근혜 정부는 모호한 태도로 우물쭈물하다 미·중 모두에서 불신을 받으며 파국을 초래하고 말았다. 이 사태는 바이든이 부통령을 지내던 오바마 행정부 시절에 벌어진 일임을 명심하자.

경제적으로는 반도체나 배터리 등 세계 시장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춘 제품군을 확대해야 한다. 경제 민족주의가 뉴노멀인 시대인 만큼 세계무역기구(WTO)에서 허용하는 한도 안에서 최대한 첨단산업 경쟁력 강화에 정부가 나서야 한다. 그렇게 했을 때 만약에 벌어질지도 모르는 이른바 미-중 간 산업생태계의 ‘디커플링’(분리) 시나리오에서도 우리 기업들의 생존이 가능할 것이다.

박현 경제부 선임기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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