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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뉴노멀-미래] 우리는 좋은 조상인가 / 곽노필

등록 2020-11-22 16:05수정 2020-11-23 02:39

곽노필 ㅣ  콘텐츠기획팀 선임기자

얼마 전 참가한 ‘은퇴 후 생애 설계’ 프로그램 일정 중 자신의 기대수명을 따져보는 시간이 있었다. 개인과 가족 상황, 생활방식 등 자신의 현재를 평가하는 질문이 이어졌다. 남성, 가족 병력, 흡연 습관, 비만, 실내 생활, 대도시 거주, 독거, 정신적 불안 등은 수명을 깎는 요인이다. 반면 여성, 고학력, 고소득, 운동 습관, 농촌 거주, 가족 동거, 정신적 안정 등은 수명을 늘리는 요인이다. 20여가지 항목에 답변을 마친 뒤 나온 기대여명 수치는 30년.

30년이라면 세대를 가르는 터울로 일컬어지는 세월이다. 30년 후 베이비붐 세대의 상당수는 흙으로 돌아가고, 세상은 21세기에 태어난 세대가 중심을 이룰 것이다. 그런데 이 세대 전환기엔 기후변화 억제라는 절체절명의 시한부 과제가 딸려 있다. 기후과학자들은 지구 기온 상승폭을 1.5도 이내로 묶으려면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절반으로 줄이고, 2050년까지 탄소 제로(중립)를 달성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대로 놔둘 경우' 2050년 지구 기온은 산업화 이전보다 2.3도 상승한다. 앞으로 30년 동안 오를 기온은 지난 200년간의 상승폭 1.1도를 훌쩍 웃돈다. 둑이 무너진 형국이랄까. 더워진 지구는 도미노 현상을 부른다. 북극해에선 얼음이 사라지고, 해수면 상승은 해안 도시를 위험에 빠뜨린다. 폭염과 가뭄에 숱한 이들이 물 부족에 시달리고, 대규모 기후난민이 발생한다. 전염병을 옮기는 모기는 북반구로 날아가 세계 인구의 절반을 위협한다. 인구는 20억명, 에너지와 식량 수요는 두배 가까이 늘어나지만 작물 수확량은 3분의 1 감소한다.

물론 과학기술에 기댄 낙관론도 있다. 예컨대 인류가 배출한 탄소를 모두 없애줄 탄소 포집·저장·전환 기술, 인구 100억명도 거뜬히 먹여 살릴 생명과학 기술, 지구를 떠나서도 살 수 있는 우주 기술 등이 나올 것이란 전망 따위다. 하지만 위기의 길은 훤한 반면, 희망의 길은 안갯속이다. 공교롭게도 `전환기 30년'의 첫해를 우리는 지구온난화발 인수공통전염병 공포로 보내고 있다. 그런 점에서 코로나19 사태는 상징적이다.

산업혁명이 모든 것의 시작이었다. 산업화 이후 세계 인구는 8배, 에너지 소비는 28배, 경제 규모는 90배가 늘었다. 더욱이 이 수치의 대부분은 최근 수십년 사이에 쌓였다. 인구와 소득이 늘면서 자원 생산과 소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결과다. 이 모든 것이 한데 모여 결국 기후를 뒤흔들었다. 모든 걸 빨아들일 듯한 이 상황을 어떻게 돌려놓을까? 화석연료 단속 고삐만 단단히 죄면 될까? 최근 충격적이라 할 연구 논문이 나왔다. 전세계가 당장 화석연료 산업을 중단해도 식량 체계를 그대로 놔두면 지구 온도 상승 억제선을 지키지 못한다는 보고서다. 연구진은 식물성 식단을 늘리고 과다하게 먹지 말며 음식 쓰레기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의 일상이 얼마나 강력한 탄소 사슬에 묶여 있는지 새삼 일깨워준 이 보고서엔 기후위기 탈출을 원한다면 생활방식을 바꾸라는 강력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 탄소 문명의 영광을 누리고 있는 마지막 세대의 마지막 30년 과제가 주어진 격이다.

1955년 소아마비 백신을 개발한 조너스 소크는 위험을 무릅쓰고 자신과 가족에게 직접 백신을 시험했다. 막대한 수익을 보장하는 특허도 포기했다. 용감하고 인도주의적인 그의 행동을 이끌어준 건, 자신에게 던진 `우리는 좋은 조상인가'라는 질문이었다. 그는 “좋은 조상이 되고 싶다면 미래 세대에게 거대한 변화와 위기 시대에 우리가 어떻게 대처했는지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기대여명 30년, 탄소 제로 시한 30년 앞에 선 지금, 소크의 질문을 다시 던져본다.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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