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38) 대한탁구협회장이 25일 협회로부터 차기 회장 당선증을 받았다. 단독 입후보해 투표 없이 당선됐는데, 대한체육회 승인을 받으면 새 임기를 시작한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기도 한 유승민 회장의 당선이 돋보이는 것은 체육계에도 ‘세대교체’ 바람이 불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이다. 체육계에서는 젊은 세대의 발언권이 강하지 않다. 지난해 보궐선거로 유승민 회장이 당선되자 선배 그룹은 뜨악해했다. 그동안 60~70대 선배, 기업인의 전유물로 알았던 회장 자리를 한참 ‘어린’ 후배가 차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1년여가 지난 지금 탁구계는 그의 젊은 리더십에 고무돼 있다. 유소년 육성, 생활체육과 엘리트의 조화, 재정 자립 강화, 국제대회 유치, 대외 위상 제고 등 개혁과 소통의 광폭 행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물론 한마리의 제비가 여름을 알리는 것은 아니다. 대한체육회 산하 62개 아마추어 회원종목 단체 가운데 30대 회장은 유승민 한명뿐이다. 대개 50대 후반부터 70대다. 내년 1월까지 일제히 회장 선거가 열리는데, 3선 출마를 준비하는 한 종목의 회장은 81살이다. 당선되면 1985년 전무이사를 시작으로 40년간 권력 핵심부에 있게 된다.
회장의 역량을 나이로 평가할 수는 없다. 하지만 각 종목 단체의 직원들이 느끼는 열패감의 목소리는 크다. 강력한 선후배 위계문화 때문에 혁신의 ‘혁’ 자도 꺼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정치권에서는 50년 전에 ‘40대 기수론’이 나왔다. 당시 “정치적 미성년” “구상유취”(입에서 젖비린내가 난다)라는 견제가 나왔다.(한국민족문화대백과) 하지만 이번 국회에 20대 여성 의원이 등장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도 70살로 위원의 임기를 제한한 것은 귀족주의나 권위주의에 대한 비판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국고에 의존하는 각 종목 단체는 자립을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유소년과 젊은층 시장 확보는 발등의 불이다. 그들의 감각에 맞는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백화제방 하듯 현장과 사무국에서 나와 실행돼야 한다. 회장직을 이권이나 기득권, 파벌 싸움의 대상으로 보는 것에서 벗어나야 한다. 유승민 회장의 새로운 리더십 모델이 반가운 이유다.
김창금 스포츠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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