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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임기제 정무직’ 중도교체 / 곽정수

등록 2020-11-29 12:00수정 2020-11-29 18:45

‘임기제 정무직’은 법으로 임기가 보장된 공직자다. 감사원장, 검찰총장, 공정위원장 같은 자리다. 이들은 탄핵, 금고 이상 형, 징계, 장기간 심신쇠약 등 법이 정한 사유가 아닌 한 신분이 보장된다. 기관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지키기 위한 장치다.

그동안 이 법 조항은 사실상 휴지조각과 같았다. 임명권자가 요구하면 자진사퇴 형식으로 물러나는 게 오랜 관행이었다. 노무현 정부는 2008년 1월 정권교체를 두달 앞두고 임기제 정무직의 임기보장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시 전윤철 감사원장, 임채진 검찰총장, 권오승 공정위원장 등 상당수가 2~3년의 임기가 남아 있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직후 대부분 교체했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 1월 공정위 부위원장을 교체했다. 박근혜 정부 말기인 2017년 1월 임명됐으니, 임기가 2년 남은 상태였다. 권력 실세들이 과거 정권 사람을 왜 놔두냐고 난리를 쳤다고 한다.

임기제 정무직이 자진사퇴를 거부한 일도 있었다. 그때마다 정권은 약점을 잡아, 조용히 물러나도록 했다. 채동욱 검찰총장은 갈등이 노출된 드문 사례다. 2013년 <조선일보>가 혼외자 의혹을 터트리자 사퇴했다. 국정원 여론조작 수사에 불만을 품은 박근혜 정권의 ‘찍어내기’였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 8월 지철호 공정위 부위원장이 자진사퇴를 거부하자, ‘직무배제’ 시켰다. 검찰이 공직자윤리법 위반으로 기소한 게 이유였다. 하지만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 기소와 정부의 사퇴 요구가 모두 무리수였다. 지 부위원장은 지난 8월 임기 다섯달을 남기고 진짜 ‘자진사퇴’했다.

헌정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직무배제 사태가 터졌다. 여권은 그동안 전방위적으로 윤석열 총장의 자진사퇴를 압박했다. 하지만 “대통령이 임기를 지키라고 했다”며 요지부동이었다. 직무정지와 징계(해임)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생각한 것 같다.

관건은 윤 총장의 비위혐의가 법이 정한 정치운동 금지, 직무상 의무 위반, 체면 손상과 같은 징계요건을 충족하느냐다. 추미애 장관의 조처가 적당한지, 아니면 또 다른 ‘찍어내기’인지는 시간이 조금 지나면 법률적, 역사적 평가가 내려질 것이다.

보수정권이든, 진보정권이든 임기제 정무직의 중도교체 문제는 여전히 미완의 숙제다. 분명한 것은 앞으로 임기제 정무직의 중도교체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점이다. 대통령이 처음부터 잘 뽑는 게 더 중요해졌다.

곽정수 논설위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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