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준ㅣ전환사회연구소 기획위원
부동산 문제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도대체 왜 이렇게 일이 꼬이기만 할까? 이 글에서 그 원인을 세밀하게 분석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현 정부의 실패를 통해 드러난 몇 가지 교훈은 짚어볼 수 있겠다.
첫째 교훈은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지 않고는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이다. 앞으로는 인구가 감소하므로 집값은 결국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한때 힘을 얻은 적이 있다. 하지만 최근 양상을 보면, 한국 사회 전체의 인구가 감소하더라도 수도권 인구만은 계속 늘어날 게 확실해 보인다. 그만큼 수도권 집중화 경향이 막강한 것이다. 이 경향을 뒤집거나 누그러뜨리지 못한다면, 수도권 집값은 끝없이 오르기만 할 뿐 결코 안정되지 못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부동산 정책 논란 끝에 여당 일각에서 ‘수도 이전’ 이야기가 나온 것은 필연이다. 하지만 그렇게 임기응변으로 덤빌 일은 아니다. 정권을 넘어 지속될 장기 계획이 필요하다. 수도 이전도 해야 하고, 지역별 거점 도시도 육성해야 한다. 노후 보장 정책과 결합시켜 베이비부머 세대의 귀향을 촉진하자는 마강래 교수의 제안(<베이비부머가 떠나야 모두가 산다>, 개마고원, 2020)도 고민해볼 만하다.
둘째 교훈은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 한국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시민들에게 선명히 제시해야 한다는 점이다. 주택 시장은 시민 대다수가 참여하는 거대한 생태계다. 이런 세계에서는 단순한 공학적 처방이 먹혀들지 않는다. 국가 정책에 반응하면서도 그 의도대로만 움직이지 않는 수많은 시민들이 변화의 열쇠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무대에서 거대한 변화를 도모하자면, 우선 변화의 방향을 과감히 밝혀야 한다. 시민들 스스로 선택하고 행동하도록 명확한 ‘신호’를 보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초기에 바로 이런 신호를 보냈어야 했다. 정말 개혁을 바랐다면, 앞으로 한국 사회가 추구할 방향이 ‘땀’(근로소득)인지 ‘땅’(불로소득)인지 분명히 했어야 했다. 그랬다면 그때까지 투기 문화에 동참했던 이들도, 최근에 ‘영끌’이라는 신조어를 만들며 이에 합류하는 이들도 지금 사뭇 다른 행동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 신호 역할을 할 가장 효과적인 정책은 보유세 강화였다. 이와 함께 임금소득을 높이는 정책까지 병행했다면, 그 메시지는 더욱 뚜렷했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핀셋 규제’만 되뇌며 보유세에 손대길 꺼렸고, ‘소득주도성장’은 구호에 그쳐 버렸다. 이런 모습에서 시민들은 ‘땀’과 ‘땅’ 가운데 누가 우위에 설지에 대한 노골적인 신호를 봤고, 지금 그 신호에 따라 움직이고 있을 뿐이다.
셋째 교훈은 주거 공공성 강화 노력이 과감한 혁신과 함께해야 한다는 점이다. 전세난이 심각해지자 정부가 뒤늦게 공공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나섰지만, 물량을 급조하다 보니 ‘호텔방 전세’라는 궁여지책만 눈에 들어온다. 게다가 관료적 계획과 통제를 연상시키는 기존 공공임대주택 이미지 탓에 주거 공공성 자체가 불신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서민의 집 걱정을 덜려면 주거 공공성은 반드시 강화돼야 한다. 부족한 것은 다만 공공의 개입이 우리 시대의 요구에 맞는 혁신을 수반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혁신의 요체는 관료기구가 아니라 시민사회 자신이 공공성 강화의 주역이 되게 하는 것이다. 공공임대주택만이 아니라 환매보증부 주택을 대량 공급함으로써 투기 시장과 분리된 ‘공공적 시장’을 구축할 수도 있고, 공공임대주택도 공공기관과 주거협동조합의 합작을 통해 더 인간적인 사회주택 형태로 진화시킬 수 있다.
이러한 교훈들은 주거 정책을 넘어 다른 영역에서도 진지하게 고민되어야 한다. 가령 그린 뉴딜을 제대로 추진하려면, 수도권 집중 완화나 혁신적인 공공부문 구축 노력을 동반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부동산 혼란 속에서 오히려 한국 사회 개혁의 더 정확한 길을 찾아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