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세계와 싸울 때 빠지지 않는 이름이 있다. 중국의 강경 애국주의를 상징하는 <환구시보> 편집장 후시진이다. 후시진 편집장은 주한미군 사드 배치 결정 당시 ‘한국 때리기’에 앞장서 “무력대응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홍콩 시위대를 “이슬람국가(ISIS) 같은 테러리스트”라고 공격했고, 중국과 외교 갈등 중인 호주는 “중국의 신발 밑에 붙은 껌”이라고 비웃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중국에서 상업적으로 가장 성공한 언론이다. 1993년 <인민일보>가 수익 창출을 위해 창간한 <환구시보>는 2005년 후시진이 편집장을 맡으면서 급성장했다. 매일 중국어판 200만부, 영문판 12만부를 발행하고, 온라인 독자도 3000만명이 넘는다.
후시진은 1989년 천안문시위에 참가하는 등 민주주의 신봉자였지만, 특파원으로 소련 붕괴와 유고슬라비아 내전 현장을 취재하면서 혼란을 막을 권위주의 통치가 필요하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는 애국주의 정서를 부추기고, 중국에 불리한 외국의 행동을 막말로 거세게 비판할 수록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점을 간파했다. 강성해진 중국은 누구와 싸워도 이길 수 있다며 외국을 조롱하고 공격하는 논조는 독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는다. <환구시보>의 배외적 애국주의 보도를 해외 언론들이 중계해 보도하고, 해당 국가에서 반중 정서가 고조되면 <환구시보>가 다시 이를 보도하면서, 국경을 넘는 여론 충돌이 반복된다. 방탄소년단(BTS)의 “(한·미) 양국 고난의 역사” 발언을 트집잡아 한-중 갈등이 고조되는 과정에서도 <환구시보>가 주요한 역할을 했다.
<환구시보>가 중국 지도부의 생각을 얼마나 반영하는지는 항상 논쟁거리다. 당국이 공개적으로 드러내기 힘든 속내를 노골적으로 전하는 ‘나팔수’의 면모와 동시에 상업적 이익을 고려해 의도적으로 과도한 강경 보도를 하는 측면도 있다. ‘몇달 안에 대만을 무력으로 통일해야 하나’ 같은 온라인 여론조사를 했다가 당국의 경고를 받기도 한다. 공산당, 민족주의, 돈, 해외의 관심 사이에서 절묘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지식인들은 “중국의 수치“ “애국 음모론을 파는 신문”이라고 한탄하기도 한다.
후시진 편집장은 당국의 암묵적 지지와 대중적 인기를 업고 막강한 권력을 누려왔지만, 최근 그의 개인 비리와 관련한 고발들이 잇따라 터져나오고 있다. 겉으로는 애국을 외치면서 아들은 캐나다로 이민을 보냈다거나, 호화 부동산을 소유했다는 폭로에 이어, 지난주엔 <환구시보> 부편집장이 ‘후시진이 동료 기자 2명과 부정한 관계를 맺고 혼외자 2명을 두었으며, 사치스럽고 음란한 사생활을 해왔다’고 고발했다. 후시진은 자신의 자리를 노리는 음해라며 반박하는 글을 올린 상태다.
이번 폭로가 중국 외교에 부담이 되는 그의 과도한 행보에 대한 ‘경고’라는 해석도 있다. 한-중 갈등의 도화선 역할을 해온 <환구시보>가 변화하는 계기가 될지, 궁금해진다.
박민희 논설위원 minggu@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