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위기를 계기로 일자리를 잃거나 소득이 줄어도 사회안전망의 보호를 제대로 못받는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부쩍 높아진 것은 다행이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와 프리랜서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런 논의에서도 제외된 ‘잊혀진 존재’가 있다. 바로 가사근로자다. 가정을 방문해 청소·세탁·요리 등 집안일을 대신 하는 사람들이다. 고용부 추산 25만명 정도 된다. 과거에는 입주형 가사도우미(가정부)가 많았지만, 요즘은 출퇴근을 하며 하루 4~8시간 단위로 일하는 형태가 일반적이어서, 파출부로도 불린다.
가사도우미는 현행 노동법의 보호를 전혀 못 받는다. 근로기준법 제11조에서 가사근로자에 대한 법 적용을 원천 배제했기 때문이다. 휴게·휴일은 물론 연차휴가·퇴직금·4대보험 가입 등이 일체 적용되지 않는다. 과거 가사근로자가 가족의 일원처럼 지내던 시절에 만든 규정이 사회 변화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2011년 ‘가사노동자를 위한 양질의 일자리에 관한 협약’을 채택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2016년 고용노동부 장관과 국회의장에게 제도 개선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19대 국회부터 ‘가사근로자 고용 개선 등에 관한 법률’(가사특별법) 제정안이 발의됐지만, 10년 가까이 폐기와 재발의만 반복했다.
21대 국회에서도 노동부와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강은미 정의당 의원이 가사서비스 제공기관 인증제 도입과 근로자 보호를 위한 특별법 제정안을 각각 발의했다. 하지만 다른 법안들에 밀려 환경노동위에서 찬밥 신세다.
주52시간제 확대 시행에 따른 탄력근로제 보완, 특고 등의 고용보험 적용 같은 노동 관련 법안의 국회 처리가 늦어지는 것은 노사 이견 때문이다. 하지만 가사근로자 특별법은 이해관계자들 간 이견이 거의 없다. 단지 의원들이 무관심할 뿐이다.
가사특별법이 제정되면 가사근로자 보호는 물론 양질의 가사서비스 제공에 따른 여성 경력단절 감소, 연간 8조원 규모의 가사서비스 시장 양성화로 인한 세수 증가 같은 국가적인 순기능도 예상된다. 의원들이 마음만 먹으면 당장 100만 가사근로자 가족들의 박수를 받을 텐데, 안타깝다. 곽정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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