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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푸슈카시와 손흥민 / 김창금

등록 2020-12-15 15:05수정 2020-12-18 07:57

선수에게 최고의 영광은 상이다. 고대 그리스의 아틀론(αθλον·athlon)은 상을 뜻하는 말로, 여기서 경쟁하는 선수(athlete)가 나왔다고 하니 연원은 오래됐다. 로마의 건국 신화를 다룬 베르길리우스의 서사시 <아이네이스>에서도 한 챕터가 운동 경기와 우승자 시상에 맞춰져 있을 정도다. 트로이 함락으로 망명 백성들을 이끌게 된 아이네이스. 그는 고된 이탈리아 항해 중 아버지 앙키세스의 장례를 치른 뒤 노젓기, 달리기, 권투, 활쏘기 등 각종 운동 경기로 축제를 연다. 가장 뛰어난 선수는 무구나 청동솥 등을 상으로 받는다.

고대 이래 군사적 목적을 위한 전사 훈련, 중세 기사들의 마상 창대결, 현대의 각종 스포츠는 농경문화보다 수백배 긴 수렵채집시대의 사냥 본능과 폭력성 등을 제도나 합리화 과정을 통해 의례화했다. 동서양이 마찬가지다. 우승자에게 주는 상징도 트로피나 메달, 반지 등으로 변했지만, 최고의 명예와 재물을 안긴다는 면에서는 큰 변화가 없다.

18일(한국시각) 국제축구연맹(FIFA)이 발표하는 2019~2020 시즌 ‘푸슈카시상’ 수상자 선정에 축구 팬들의 시선이 집중돼 있다. 미학적으로 가장 아름다운 골에 주는 푸슈카시상 후보에 프리미어리그 토트넘에서 뛰는 손흥민이 올라 있기 때문이다. 손흥민은 지난해 12월 번리전에서 70m를 질주하며 상대 선수 6명을 따돌렸고, 그의 골은 1986년 멕시코월드컵 8강전 아르헨티나와 잉글랜드의 경기에서 나온 디에고 마라도나의 드리블 이후 최고라는 찬사를 받았다.

페렌츠 푸슈카시(1927~2006)는 1950~60년대 유럽 무대에서 활약했던 헝가리의 전설로, 1954년 스위스월드컵 한국과의 경기에서 두 골을 넣어 9-0 승리를 이끄는 등 우리와 인연이 있다. 소련의 헝가리 침공 때 귀국하지 않아 2년간 자격을 잃었지만, 31살 때 레알 마드리드에서 제2의 인생을 열고 ‘득점기계’에 올랐다.

손흥민이 상을 탄다면 2009년 시작돼 12번째인 푸슈카시상의 두번째 수상 아시아 선수가 된다. 앞서 이강인과 여민지가 청소년월드컵 최우수선수상을 받은 바 있지만, 피파가 한 시즌을 정리하며 주는 성인무대 개인상 수상자는 없다. 현대판 ‘영웅’인 손흥민이 희소식을 전해주기를 기대해본다. 김창금 스포츠팀 선임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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