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 등 글로벌 진출 뮤지션들의 성공담에 어김없이 등장하지만 실물은 만날 수 없었던 ‘스포티파이’를 드디어 내년 상반기부터 한국 소비자들도 쓸 수 있게 됐다. 스웨덴의 음악가 집안에서 자란 괴짜 아이티 전문가 다니엘 에크가 25살의 나이에 만든 스포티파이는 세계 최대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이다.
에크는 종종 애플의 스티브 잡스와 비교된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같던 음원 서비스 전쟁에서 스포티파이가 잡스의 아이튠스를 꺾고 음원 서비스 시장을 제패했다는 것도 놀랍지만, 이 전쟁에서 에크가 선택했던 전략이 잡스와 정반대였기에 더 주목받았다. 음악 파일 공유 서비스였던 냅스터가 뒤흔들고 떠난 음원 시장이 광범위한 저작권 침해로 침체를 겪을 때, 해결책으로 잡스가 내놓은 비즈니스 모델은 곡당 0.99달러(약 1100원)라는 파격적 가격의 콘텐츠 유료화였다. 하지만 에크는 “불법 다운로드를 척결하는 유일한 방법은 무료 서비스뿐”(<스포티파이 플레이> 스벤 칼손·요나스 레이욘후부드 지음)이라는 철학으로 무료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했다. 스포티파이는 유튜브처럼 광고를 들으면 음악을 무료로 들을 수 있고, 광고를 원하지 않으면 월정액을 내는 수익 구조를 만들었다.
스포티파이는 여기에 넷플릭스식 강점도 더했는데, 하나의 계정을 여럿이 공유할 수 있는 것과 전세계 1억3천만명의 유료 가입자를 모으는 데 결정적 기여를 한 큐레이션 기능이다. 특히 내 취향에 맞춰 몰랐던 노래나 신곡들을 추천하는 플레이리스트 ‘디스커버 위클리’는 “헤어진 애인보다 내 음악 취향을 더 잘 알고 있다”는 평을 받을 정도로 정교한 큐레이션 기능을 자랑한다.
스포티파이의 한국 진출이 오랜 기간 설왕설래하면서 늦어진 이유는 국내 음원 관련 기업들과의 조율이 까다로웠기 때문이란 후문이 있다. 이 과정에서 계정 공유, 무료 듣기 등 주요 서비스가 제한된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미 많은 음악팬이 국외 계정까지 만들면서 스포티파이의 방대한 음원과 편리한 서비스를 훤히 알고 있는 마당에, 얕은수의 경쟁과 거래는 팬들의 실망을 사 국내 음원 시장 전체에 마이너스가 될 수 있음을 스포티파이와 국내 플랫폼 모두 잊지 않았으면 한다.
김은형 논설위원 dmsgu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