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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성한용 칼럼] 정치의 사법화, 어떻게 막아야 할까

등록 2020-12-23 18:50수정 2020-12-24 02:41

자료 영상 보는 문 대통령 (서울=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후 청와대 본관 집무실에서 '2050 대한민국 탄소중립 비전'을 선언하는 연설문을 생방송으로 발표한 뒤 자료 영상을 보고 있다. 2020.12.10 utzza@yna.co.kr/2020-12-10 21:15:28/ <저작권자 ⓒ 1980-2020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자료 영상 보는 문 대통령 (서울=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후 청와대 본관 집무실에서 '2050 대한민국 탄소중립 비전'을 선언하는 연설문을 생방송으로 발표한 뒤 자료 영상을 보고 있다. 2020.12.10 utzza@yna.co.kr/2020-12-10 21:15:28/ <저작권자 ⓒ 1980-2020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정치의 영역을 넓혀야 한다. 여야가 대화하고 타협하고 합의해야 한다. 정치적 합의문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 대통령은 가장 중요한 정치인이다. 여야 관계를 풀어야 정권 내부의 리더십도 회복할 수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 정직 2개월 집행정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홍순욱)의 추가 심문이 24일 진행된다.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에서 심의·의결하고, 법무부 장관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집행한 징계가 타당한지, 타당하지 않은지를 행정법원 부장판사가 두차례 심문으로 결정하는 것이다.

우리 헌법은 대통령에게 “국가의 원수이며 외국에 대하여 국가를 대표하는” 대통령과, “행정부 수반” 대통령이라는 두가지 지위를 부여하고 있다. 검사징계법의 징계권자는 행정부 수반이라고 봐야 한다. 만약 집행정지를 행정법원이 받아들여도 국가 원수로서 대통령의 지위가 흔들리지는 않는다.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그러나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지면 문재인 대통령이 입을 정치적 타격은 매우 심각할 것이다. 대통령이 재가한 징계를 법원이 뒤집어엎는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이 선출해서 권력을 위임한 최고 권력자의 권위가 실추되기 때문이다.

사태를 이 지경까지 몰고 온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와 별도로, 절대 바람직스럽지 않은 모습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게 1심에서 징역 4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를 섣불리 비난할 일은 아니다. 법치국가에서 누구든 범죄를 저지르면 처벌받는다. 항소심도 봐야 한다.

윤석열 총장은 자신이 지휘한 수사가 정당했다고 좋아할 수 있겠다. 하지만 조국 전 장관 비리 의혹과 고위 공직자 인사 절차에 검찰이 끼어든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다. 조국은 조국이고, 검찰은 검찰이다. 혼동하면 안 된다.

조국 장관 임명이 정당했는지 여부는 당시 언론의 검증으로 판가름날 수 있는 문제였다. 검찰이 끼어들지 않았다면 문재인 대통령이 장관 지명을 철회했을 것이다. 조국·정경심 부부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필요하다면 나중에 해야 했다.

이른바 ‘조국 사태’로 세상이 뒤집힌 뒤 검찰은 장관 인사에 개입하지 않았다. 그 뒤 임명된 사람들은 모두 깨끗한 사람들이었을까? 그럴 리가 있나.

최근 국회 인사청문회를 하는 장관 후보자들만 해도 그렇다. 어떤 후보자는 검찰이 마음먹고 걸면 얼마든지 걸 수 있는 혐의가 수두룩하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면 청문회에서 드러난 혐의를 가지고 사법 절차로 갈 수밖에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고 했다.

그렇다. ‘법대로’는 언제나 마지막 수단이어야 한다. 검찰은 한발 늦게 움직여야 한다. 인사청문회를 앞둔 장관 후보자에 대해 검찰이 전면 수사에 착수한 것은 아무리 다시 생각해봐도 이해하기 어렵다. 뭔가 다른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민주주의는 불완전한 체제다. 입법·사법·행정부가 상호 견제와 협력을 통해 균형을 잡아가며 국가공동체를 끌어간다. 그런데 정보화 시대의 부작용인 확증편향이 강해지고 포퓰리즘이 득세하면서 지금까지의 시스템이 무너지고 있다. 전세계적 현상이다.

어느 나라든 유력 정치인들이 만나서 합의문을 발표하고 악수하는 장면을 보기 힘들어졌다. 여야가 툭하면 서로를 고발한다. 정치적 사안을 법정으로 끌고 간다. 법원과 검찰이 그 틈새에서 사법권력을 키우고 있다.

우리나라 대통령은 지위가 급속히 추락하고 있다. ‘제왕적 대통령’의 후유증일 것이다. 그런데 그 속도가 너무 빠르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사법부의 정죄와 형량은 확실히 좀 지나친 데가 있다. 대통령의 이른바 통치권을 법원은 전혀 인정하지 않는다. 과거 대통령의 통치 행위가 앞으로는 대통령의 직권남용 범죄가 될 수 있다.

더구나 대통령 재직 중에는 공소시효가 중지된다. 재직 중의 정치 행위로 퇴임 이후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겁하다고 비난만 해서는 안 된다.

어떻게 해야 할까? ‘정치의 사법화’를 어떻게 하면 막을 수 있을까? 어려운 질문이다.

정치의 영역을 넓혀야 한다. 여야가 대화하고 타협하고 합의해야 한다. 정치적 합의문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 고소·고발을 하지 말아야 한다. 특히 대통령은 가장 중요한 정치인이다. 야당과 대화하고 타협하고 합의해야 한다. 여야 관계를 풀어야 정권 내부의 리더십도 회복할 수 있다.

잊으면 안 된다. 법률가는 경세가(經世家)가 아니다. 사법국가(司法國家)가 위험한 이유다. 법원과 검찰이 국정을 좌우하면 나라가 망한다.

성한용ㅣ정치부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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