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10~11일 열린 방탄소년단(BTS)의 유료 온라인 콘서트 ‘BTS 맵 오브 더 솔 원'의 한 장면.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김용섭ㅣ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
변화는 늘 욕망을 낳고, 욕망은 또 소비를 부른다. 이걸 잘 해석하는 게 트렌드 분석이고, 이걸 적용해 문제를 푸는 게 마케팅이다. 프라다는 2021 봄여름(SS) 패션쇼에서 목 아랫부분에 큰 로고를 붙인 원피스들을 선보인 바 있다. 팬데믹으로 직접 만나기보다 화상회의와 영상통화로 커뮤니케이션하는 시대, 비싼 옷인 걸 티 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인 셈이다. 물론 이건 프라다의 재치가 될 텐데, 다른 패션 브랜드에서도 상의를 강조하는 옷들을 많이 선보이고 있는 걸 보면 확실히 거리두기와 원격근무가 일상이 된 시대의 패션 문법일 수도 있겠다.
구치는 영화를 만들었다. 유명 감독 거스 밴 샌트에 의해 만들어진 영화는 엄밀히 새로운 패션쇼다. 팬데믹으로 모든 패션쇼가 온라인으로 이뤄지는데, 런웨이를 걷는 걸 찍어서 보여주는 방식은 너무 뻔하다 여겼나 보다. 온라인으로 공간이 바뀌었으면 패션쇼의 형식도 바뀌어야 되는데, 구치가 선택한 건 영화다. 스토리를 따라 등장인물들을 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들이 입은 옷도 눈에 들어온다. 신상품을 입은 것인데, 패션쇼의 새로운 문법이 된다.
오프라인에서 행해진 것을 그대로 찍기만 해서 온라인으로 옮기는 건 너무 구식이다. 가상현실 고글을 쓰고, 증강세계에 만들어진 콘퍼런스장에 모여서 서로 인사도 나누고 강연도 듣는 시도도 계속 확산 중이다. 화상회의도 가상현실 공간에서 고글 쓰고 하고, 요즘 뜨는 랜선회식도 가상현실 공간에서도 이뤄진다. 모니터로 보면서 하는 화상회의와 랜선회식보단 훨씬 몰입감이 있다. 팬데믹 영향으로 가상현실·증강현실 산업은 급성장의 계기를 만났다. 가수들의 콘서트도 온라인 스트리밍 공연이 자리를 잡았다. 실시간으로 전세계 팬들이 가수의 공연을 지켜보는데, 케이팝 스타들의 유료 스트리밍 공연에선 막대한 수입이 발생한다. 오히려 오프라인 공연보다 수입 규모가 크기도 하다. 패션쇼든 콘퍼런스든 랜선회식이든 콘서트든 우린 방법을 자꾸 찾아낸다. 팬데믹에 따른 임시방편이 아니라 팬데믹 이후에도 통용될 방법이 자꾸 나온다. 이렇게 오프라인 중심의 문화가 자연스럽게 온라인으로 중심축이 옮겨간다. 오프라인에 연결된 옵션으로서의 온라인이 아니라, 진짜 하이브리드가 되는 셈이다. 팬데믹 이후 온·오프라인 각기 독립적으로 성과를 누릴 수 있다.
2020년은 특별한 해로 기억될 것이다. 당장은 팬데믹과 감염병, 거리두기가 기억의 중심이겠지만, 미래가 되어 되돌아보면 새로운 트렌드가 많이 나온 해, 산업과 비즈니스의 진화가 많이 된 해로 기억될 수 있다. 서비스 로봇도 확대되어 서빙하는 로봇, 방역하는 로봇을 더 많이 보게 되었다. 수요가 늘어나니 서비스 로봇, 생활 로봇, 산업용 로봇 시장에서 기업들의 투자도 늘었다. 분명 팬데믹으로 세상이 멈춘 듯해도 혁신과 도전이 멈추지 않고 있어서 그동안 기대보단 빨리 성장하지 못했던 가상현실·증강현실 산업, 에듀테크 산업, 헬스케어와 바이오 산업, 로봇 산업, 자율주행자동차 산업 등의 성장세를 높이고 있다. 퀀텀점프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다. 이럴 때 스타트업의 도전도 많아진다. 거리두기는 했지만 세상은 결코 멈추지 않았다.
사람들은 빨리 적응한다. 그리고 변화에 따른 욕망에 발 빠르게 대응해주는 것에 반응한다. 소비 트렌드는 이렇게 시작된다. 누군가는 트렌드를 ‘모두가 따라 하는 것’으로 여기겠지만, 누군가는 트렌드를 ‘아무도 하지 않은 걸 시작하는 것’으로 여긴다. 트렌드 추종자들과 트렌드 이노베이터의 차이다. 2020년보다 2021년에 트렌드 이노베이터가 더 많이 등장할 거라 예상해본다. 위기가 큰 만큼, 기회도 많아진 시대란 걸 올해 많이 겪어봤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