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장표 ㅣ 부경대 경제학부 교수
올해는 코로나19가 사라지고 잃어버린 일상을 되찾고 싶다. 맘 편하게 카페에서 커피도 마시고 외식도 하고, 마스크도 벗고 싶다. 신축년 새해 시민들의 가장 큰 소망은 이런 ‘코로나 없는 세상’이 아니었을까 싶다. 작년은 우리의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된 한해였다. 일상이 무너지면서 많은 시민들이 코로나 블루에 시달렸고 경제적으로도 커다란 피해를 입었다. 코로나의 경제적 충격은 가난한 사람에게 더욱 가혹했다. 그중에서도 코로나의 직격탄을 맞아 존폐의 기로에 놓인 자영업자와 고용취약계층이 가장 큰 피해자이다. 정부는 이들 직접적인 피해자에게 3차 재난지원금을 조만간 지급할 예정이다.
재난지원금은 보편지급이냐 선별지급이냐의 논란이 항상 따랐다. 이번 3차 지원금도 ‘다 같이 힘든데 왜 선별지급인가요?’라며, 보편지급으로 해달라는 국민 청원이 있었다. 이렇게 보편지급에 대한 시민들의 열망이 강한 것은 지난해 지급된 전국민 재난지원금의 향수가 짙기 때문이다. 작년 5월 재난지원금으로 온 국민이 재정의 효능을 맛보았다. 세금 낸 보람도 느낄 수 있었다. 게다가 사용기한을 정한 소비쿠폰으로 지급해 소비 진작 효과도 얻었다. 하지만 이런 성과 이면에 아쉬움도 있었다.
작년 상반기 1차 재난지원금으로 정부는 14조3천억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그런데 피해 여부와 무관하게 가구원 수에 따라 똑같이 지급되었기 때문에 정작 피해가 컸던 자영업자와 프리랜서 같은 불안정 취업자에게는 부족했다. 물론 재정이 넉넉했다면 단 한 사람의 피해자도 빠짐없이 충분하게 지급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재원은 한정되어 있다. 위기가 장기화하면서 반복되는 재난지원금 지급으로 재정부담은 계속 커지고 있다. 작년 4차례에 걸쳐 추가 예산을 투입했고, 올해 국가 예산도 대규모 적자예산으로 짰다. 코로나19 위기로 국가부채가 크게 늘어난 것이다. 피해 규모가 커졌고 범위도 갈수록 넓어졌지만, 예산 제약으로 피해를 100% 구제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이 때문에 2차 지원금부터 피해 정도에 맞추어 지원을 집중시키는 맞춤형 지급으로 바뀌었다. 이번 3차 지원금을 두고서도 이 정도로는 임대료도 못 낸다고 자영업자들이 하소연하고 있다.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시민들의 참여가 위기 극복에 큰 역할을 해왔다. 과거 외환위기 때 온 국민이 금모으기 운동에 나서 국난 극복에 힘을 보탰다. 이번 코로나19 위기도 다르지 않다. 지난 1차 재난지원금 지급 때 2차 금모으기 운동과 같은 기부 바람이 기대되었다. 하지만 기부액은 전체 지원금의 1.9%에 머물러, 시민의 참여가 충분치 못했던 것이 아쉬움으로 남아 있다.
코로나19 위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경제적 재앙을 초래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사람에게 재앙이 된 것은 아니다. 코로나는 일부에게는 커다란 기회의 창을 열어주었다. 정보기술(IT) 산업과 비대면 비즈니스 분야에서는 코로나19로 이익과 소득이 늘어난 기업과 개인들이 적지 않다. 이른바 코로나 승자들이다. 유럽과 미국 등 외국에서는 코로나19로 불평등이 심해지면서 코로나 승자를 대상으로 사회연대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드높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에서도 위기대응 재정 지출 확대와 불평등 완화를 위해 고소득 수입의 세율을 높이는 누진세 강화를 권고하고 있다.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는 이미 최고 소득세율과 법인세율 인상을 예고한 바 있다.
새해는 위기 극복을 위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사회적 논의를 시작할 때이다. 세금 얘기만 나오면 언론에서는 폭탄이나 징벌이란 딱지를 붙이기 일쑤다. 하지만 세금은 부유한 사람에게 가하는 징벌이 아니다. 부자가 세금을 더 내는 건 사회 통합과 연대를 위한 일종의 사회적 책무이다. 특히 코로나19의 혜택을 얻은 사람이 1%라도 세금을 더 내는 건 사회적 나눔을 실천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이다. 세금 더 내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드물다. 그래서 정치인들에겐 증세라는 말이 금기어로 통한다. 그렇지만 인기 없고 표 떨어진다고 계속 미룰 수만은 없는 일이다. 더 많은 피해자를 구제하고 더 두텁게 지원하려면 피할 수 없는 길이다. 새해에는 코로나 걱정 없는 따뜻한 세상을 위한 사회연대세 논의가 봇물 터지듯 터졌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