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리ㅣ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
해양수산부가 지난 12월14일 열린 런던협약·의정서 당사국 회의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가 일본 정부의 주권 사항일 수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 일본의 관할 범위를 넘어 인접국인 한국에도 피해를 준다는 이유에서다. 미국과 프랑스는 오염수 방류 안전성을 신뢰한다며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관장할 사안이라고 언급한 반면 중국, 러시아, 캐나다 대표단은 한국 정부 입장에 동의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회의에 참여한 그린피스 연구소 소속 수석연구원 데이비드 산틸로 역시 오염수 해양 방류 문제는 국제적으로 논의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해수부는 이번 회의에서 일부 주변국의 지지 입장을 끌어내는 한편, 차기 회의에서 논의를 지속할 수 있는 기회를 확보했다. 한국 정부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내 일각에선 오염수를 처리해 방출하면 문제없다는 시각이 있다. 하지만 이런 판단은 오산이다.
현재 태평양에 방류될 예정인 137만t(2022년 여름 기준)은 문제의 시작에 불과하다. 이 엄청난 양의 오염수가 방류된 뒤에도 후쿠시마 원전에서 매주 수백t씩 만들어지는 방사성 물질이 우리 바다에 계속 방출될 것이다. 일부 물질의 반감기는 수만년 이상이다. 오염수가 발생하는 근본 원인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녹아내린 3기의 원자로다. 핵분열이 계속되는 원자로를 통제하기 위해 매일 냉각수를 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원자로의 핵연료 물질과 폐기물이 완전히 제거되기 전까지 오염수는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다. 역대 최악의 원전 참사로 꼽히는 체르노빌 원전 사고 후 남겨진 핵연료는 약 570t으로 보고된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핵연료를 제거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100년으로 내다봤다. 사실상 구체적인 일정을 약속할 수 없다는 뜻이다. 후쿠시마 원자로 내부에는 1100t 이상의 핵연료와 폐기물이 남아 있다. 체르노빌 원전보다 약 2배 많은 양이다. 특히 생물학적 피해가 가장 큰 스트론튬 대부분이 원자로에 그대로 남아 있다. 이런 고농도 방사성 물질에 의해 발생한 오염수는 지속적으로 늘면서 생태계에 축적되게 된다. 일본 정부가 태평양으로 방류하겠다고 공언하는 오염수의 양은 이미 100만t을 훨씬 넘으며, 앞으로 10년 안에 200만t으로 늘어날 수 있다. 오염수 내 방사성 물질도 문제다. 세슘이나 스트론튬은 해저 토양에 축적 및 퇴적돼 장기적으로 방사능을 방출할 수 있다. 해양 생물에 미치는 영향도 심각하다.
문제는 오염수로 인한 피해를 사전에 파악하거나 방지하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국제해양법에서 방사성 물질 해양 투기를 강하게 규제하는 이유다. 일본 정부는 통상적으로 운영되는 원전의 냉각수 배출과 비교하며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가 정당하다고 주장하지만, 원전 사고 폐기물을 환경으로 방출하는 것이 허용된 전례는 없다. 따라서 한국은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하지 않도록 일본 정부의 방류 결정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 먼저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에 공식적인 환경영향평가 수행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 국제법에 규정된 사전 통보의 원칙과 환경영향평가 수행 의무가 충족되지 않은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은 국제법 위반이다. 일본 정부와 한목소리를 내는 국제원자력기구조차 환경영향평가의 필요성을 보고서에 명시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이를 적극 요구해 관철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