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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세상읽기] 주가상승을 둘러싼 논란 / 이강국

등록 2021-01-11 19:13수정 2021-01-13 11:19

이강국 ㅣ 리쓰메이칸대 경제학부 교수

종합주가지수가 연일 치솟아 3000을 넘었다. 코로나 위기 속 주식시장의 급등은 미국도 마찬가지다. 나스닥과 에스앤피(S&P) 500은 역사적인 신고가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테슬라는 지난 1년간 9배가 뛰어서 일론 머스크를 세계 최대의 부자로 만들었다. 주식뿐 아니라 다른 자산시장도 급등하고 있으니 현금이 쓰레기라는 말이 실감 날 정도다.

실업률이 높고 실물경제가 엉망인데 주가는 왜 오르는 것일까. 주식시장은 미래를 반영하여 경기보다 더 빠르게 미리 움직이고 중앙은행이 시장을 유동성으로 떠받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백신의 보급과 경제활동 재개로 경제성장이 빠르게 회복될 것이라는 희망이 높다. 미국에서는 민주당이 조지아주 상원 선거에서 승리하여 현금 지급과 인프라 투자 등 조 바이든 정부의 대규모 재정확장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연준은 팬데믹에 대응하여 무제한적 양적 완화를 도입하고 회사채까지 매입하며 금융시장 붕괴를 막았다. 지지부진한 회복을 배경으로 완화적인 통화정책과 저금리가 지속될 전망이다. 이론적으로 주가는 기업의 미래수익을 현재가치로 할인한 가치를 반영하니 금리가 낮으면 주가가 오르게 된다. 또한 신기술 기업과 미래지향적 산업들은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호황을 맞이하고 있다. 주가가 오르자 혼자 뒤처지는 소외에 대한 두려움으로 미국도 한국도 개인투자자들이 대거 주식시장에 몰려들었다.

그럼에도 기업의 수익과 비교하면 현재 주가는 크게 높아서 미국에서도 버블(거품)을 우려하고 실물과 금융의 괴리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크다. 2000년 미국 주식시장의 버블 붕괴를 예측했던 로버트 실러 교수는 새로운 가설을 내놓기도 했다. 과거 그는 장기적인 경기조정주가수익비율(CAPE·시에이피이)이라는 지표를 통해 버블 가능성을 판단했는데 에스앤피 500의 이 지표는 작년 12월 약 33으로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이었다.

그러나 최근 그는 국채금리를 고려한 초과 시에이피이 수익률 지표를 제시하고 현재 주가가 과도하게 높지는 않다고 주장했다. 국채금리가 낮아져 크게 비싸진 국채에 비해서는 주식이 많이 비싸지는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도 2017년에는 미국 주식시장이 버블 전야이며 주가 폭락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번에는 다르다고들 말하지만 이는 과거에도 거품이 터지기 전에 흔히 듣던 이야기다.

급등한 미국 주식시장에는 위험요인들도 지적되고 있다. 생각보다 성장이 부진할 수 있고, 무엇보다도 인플레가 돌아오고 금리가 높아진다면 주식시장의 파티가 갑자기 끝날지도 모른다. 실제로 2020년은 재정 확장과 양적 완화가 동시에 나타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와 달리 통화량이 급증했다. 여전히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나타날 가능성은 작고 연준도 금리를 억누를 것으로 보이지만 앞으로의 변화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며칠 전 민주당의 상원 장악 직후에는 국채 10년물 금리가 1%를 넘어 상승하기도 했다.

주가의 급등 앞에서 금융안정을 지켜야 하는 정부와 중앙은행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특히 가계부채가 국민총생산을 넘을 정도로 급속히 증가한 한국은 큰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빚을 내서 주식에 투자하는 이들이 많아진다면 거품이 터지고 조정이 오는 경우 그 피해와 경제에 주는 충격이 클 것이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의 상승은 자산불평등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한국에는 2019년 경제활동인구의 약 22%인 612만명의 개인주주가 있었는데 작년에는 크게 늘어났을 것이다. 하지만 주식 보유는 근로소득보다 훨씬 더 집중되어 있다. 실제로 2018년 주식으로부터의 배당소득은 상위 0.1%가 49.4%로 절반이나 차지하고 상위 1%가 약 72.6%, 상위 10%가 94.1%를 차지했다.

최근 몇년은 근로소득의 불평등은 완화되는 반면 자산으로부터의 소득에서 상위소득의 집중도가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순자산 상위 10% 가구의 점유율이 2017년 41.8%에서 2020년 43.7%로 높아졌고 지니계수도 마찬가지였다.

주식시장이 비이성적 과열인지 아닌지에 관한 설명과 논란은 계속될 것이다. 어찌 되었건 주가가 올라 사람들이 부자가 되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소득과 일자리를 잃은 많은 사람들은 치솟는 주가를 바라보며 마음이 편치 않을 것이다. 돈이 돈을 쉽게 번다면 불평등은 더욱 커질 것이다. 주가 상승에 그저 기뻐하기만은 어려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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