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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숨&결] 신아원으로 다시 보내진 이들 / 배복주

등록 2021-01-20 14:26수정 2021-01-21 02:41

28일 서울 송파구의 한 장애인 복지시설에서 방역복을 입은 관계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30일 0시 기준 이 시설에선 총 61명이 누적 확진자가 발생했다. 연합뉴스
28일 서울 송파구의 한 장애인 복지시설에서 방역복을 입은 관계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30일 0시 기준 이 시설에선 총 61명이 누적 확진자가 발생했다. 연합뉴스

배복주ㅣ정의당 부대표

서울 송파지역 주택가에 있는 장애인거주시설 신아원, 그곳에 간 적이 있다. 시설에 거주하는 장애인 분들과 프로그램을 하고, 종사자들에게는 장애인 성인권 강의를 하기도 했다.

교육을 마치고 나면 그곳에서 생활하는 발달장애인들과 좁은 복도를 천천히 걸어오면서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내가 어디에 사는지, 왜 왔는지를 묻기도 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이 누군지 소개하기도 했다. 낯선 사람이 시설에 오면 시설에 거주하는 장애인은 교류하고 소통하고 싶기 때문에 친밀함의 표현을 적극적으로 한다. 제한된 관계를 넘어서 새로운 관계로 만들기 위한 방식이다. 때론 친밀함의 표현이 부적절한 접촉이나 집착으로 시도되어 관계의 차단을 경험한다. 그마저도 시설에서는 드문 일이기 때문에 일상적인 관계 유지에 실패한다.

신아원은 100명이 넘는 장애인이 살지만 단 한 사람도 단 한 평의 자기만의 공간이 없다. 자는 공간도 식사하는 공간도 씻는 공간도 모두 함께 사용한다. 사적인 공간이 없는 곳에서 사적인 행위는 쉽게 문제 행동이라고 규정된다. 이처럼 공간의 제한성이 개인의 행동을 통제하는 원인이 될 수밖에 없다. 신아원을 비롯해 장애인거주시설은 식사 시간과 취침 시간이 정해져 있다.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활동을 해야지 식사를 할 수 있고 잠을 잘 수 있다. 이처럼 시간의 제한성으로 자기만의 활동은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관계, 공간, 시간의 제한성이 있는 시설은 위기 상황에서 개인이 대처할 힘이나 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또한 코로나19와 같은 재난 상황엔 치명적으로 취약하다.

장애인시설을 비롯해 요양시설, 교정시설 등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 정부는 코호트 격리(동일집단 격리) 조치로 대응해왔다. 하지만 외부와 차단된 상태에서 확진자와 비확진자를 함께 코호트 격리하는 것은 ‘시설’에 감금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지난해 장애인시설의 코호트 격리 속에서 수많은 장애인이 코로나19로 확진되거나 사망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도 성명서를 통해 “아무런 의학적 근거도 없는 행위로 무고한 시민들의 집단감염과 죽음을 초래했다. 동일집단 격리는 중단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코호트 격리는 방역지침이 아니다. 집단감염을 그대로 방치하는 것이다. 장애인시설에서 거주하고 있는 장애인에게도 방역과 치료의 원칙에 따라 치료와 자가격리가 가능한 환경과 조건을 마련해야 한다.

신아원도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첫 확진자가 나오자 바로 코호트 격리되었다. 코호트 격리 조치로 45명이었던 확진자가 76명으로 급증했다.

이에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서울시에 신아원에 대한 긴급 분산조치와 긴급 탈시설을 요구했으며, 서울시는 신아원 거주인 전원을 긴급 분산조치하고 비확진자는 임시 거주공간, 지원주택, 자립주택 등으로 분산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분산조치된 장애인들은 사흘 만에 신아원의 방역과 소독이 끝났다는 이유로 다시 신아원으로 입소를 했다. 또다시 지역이 아니라 시설로 돌아오게 하는 건 근본적인 해결이 아니다.

케이(K)방역은 코로나19로 확진된 장애인에 대한 별도의 대책이 없으며 장애인 확진자 치료나 장애인 사망에 대한 현황조차도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않다. 정부는 현황을 파악하여 근본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신아원과 같은 장애인시설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하게 되면 동일집단 격리가 아니라 분산을 통해 개별화된 치료와 자기격리 지원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또한 장애인의 장애 정도와 주변적 조건을 파악하여 활동보조서비스와 의료서비스가 체계적으로 지원될 수 있도록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실효적인 탈시설 지원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신아원에 재입소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에서 살아가는 시민으로 그분들을 만나고 싶다. 시설에 수용되어 관계, 공간, 시간이 제한된 채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필요한 만큼의 공간에서 관계에 대해 도전하고 자기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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