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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이재용의 ‘옥중경영’ / 곽정수

등록 2021-02-01 18:03수정 2021-02-01 20:09

뇌물공여·횡령 혐의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이 확정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21일과 26일 잇달아 옥중 메시지를 보냈다. 첫번째 메시지에서는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 지원을 다짐했다. 두번째에서는 투자·고용 창출, 사회적 책임 이행을 당부했다. 언론은 ‘이재용의 옥중경영’이 시작됐다고 대서특필했다.

옥중경영은 총수가 불법행위로 감옥에 갇힌 상태에서도 계속 회사의 중요한 의사 결정을 주도하는 것을 뜻한다. ‘총수(오너) 역할론’에 기반한 재벌의 오랜 관행이다. 하지만 편법·불법 경영권 승계와 황제경영처럼 사라져야 할 재벌의 구습이라는 부정적 시각도 많다. 이 부회장 자신도 2017년 1월 첫 구속 뒤 2018년 1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날 때까지 1년간 옥중경영을 했다.

삼성은 이 부회장이 내년 7월 만기출소 전에 가석방 또는 특별사면될 가능성에 큰 기대를 갖고 있다. 그때까지는 2017년과 유사한 옥중경영을 할 전망이다. 하지만 이 부회장의 두번째 옥중경영은 넘어야 할 산이 만만치 않아 보인다.

우선 이른바 ‘황제면회’ 논란이 재연될 수 있다. 최태원 에스케이 회장은 2013년 2월 횡령 혐의로 구속되어 4년 실형을 선고받은 뒤 2015년 8월 특사로 풀려났다. 법무부 자료를 보면, 최 회장은 2013년 2월부터 2014년 7월까지 1년 5개월 동안 하루 평균 3.44회 꼴로 특별면회와 변호사면회를 했다. 국감에서 특혜 논란이 불거졌다.

삼성은 “이 부회장은 과거 수감 기간에 경영진 면회가 1~2회밖에 없었다”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불법합병 사건으로 곧 재판을 받는다. 하루 한번만 가능한 일반면회와 달리 횟수 제한이 없는 변호인 면회를 옥중경영에 적극 활용할 경우 편법·특혜 논란이 재연될 수 있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취업제한 규정(제14조)도 복병이다. 이 부회장은 형 집행이 끝난 뒤 삼성전자에 5년간 취업할 수 없다. 관건은 수감 기간 중 취업 가능 여부다. 삼성은 “법상 수감자의 취업제한은 불명확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경제개혁연대는 “법 취지로 보면 수감자의 취업제한은 당연하다”고 반박한다.

이 부회장이 다짐한 준법경영과 충돌할 가능성도 크다. 삼성은 임직원의 비리에 대한 엄격한 신상필벌로 유명하다. 일반 직원의 경우 단돈 10만원이라도 회삿돈을 빼돌린 게 발각되면 즉시 해고될 정도다. 이 부회장은 회삿돈 86억원을 횡령했다. 이를 모른 척하면 다른 임직원과의 형평성은 물론 준법경영에 어긋난다. 삼성은 이 부회장의 징계 여부에 대해 “모르겠다”고 말했다.

관건은 준감위의 태도다. 준감위는 앞서 삼성바이오로직스 증거인멸 사건의 1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삼성전자 임원에게 기존 업무를 그냥 맡긴 것에 대해 시정을 요구한 바 있다. 중감위가 삼성의 이 부회장 봐주기를 눈감아 준다면 준법경영 실효성 논란이 재연될 수 있다. 논설위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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