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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숨&결] 그 당 당원들은 안녕하신지 / 서복경

등록 2021-02-10 16:06수정 2021-02-11 17:29

서복경ㅣ더가능연구소 대표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 후보 공천 과정이 연일 언론의 1면을 장식하고 있다. 그런데 언론도, 각 당 공천 담당 기구도, 심지어 그 당 후보가 되려는 정치인들도 자기 당 당원들에겐 별로 관심이 없어 보여 나라도 안부를 묻는다. 그 당 당원들은 안녕하신가?

나는 안철수 대표가 4월 서울시장 선거 국민의당 공식 후보로 벌써 확정된 줄 알았다. 그가 지난 연말부터 국민의힘(김종인 비대위원장)을 향해 후보 단일화를 줄곧 이야기해 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민의당 누리집(홈페이지)을 보니 2월8일에야 ‘국민의당 공직선거후보자 추천신청 공모 공고’가 떴다. 국민의당 규정을 보니 당 후보를 결정하려면 우선 공천관리위원회가 공천신청자 공모를 받아 자격심사를 하고, 선거관리위원회를 별도로 꾸려 당내 경선을 진행한 다음 최고위원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그러니 2월8일 공고는 국민의당 후보 결정을 위한 출발 단계인 셈이다. 당 후보 선정 절차는 이제 개시되었고 적어도 규정상으로는 누가 후보가 될지 모르는데, 당 대표는 줄곧 다른 당을 향해 후보 단일화를 말해온 것이다. 그 당 당원들은 후보가 누구든 무조건 국민의힘 후보와 단일화를 해야 한다고 동의를 하거나 승인한 것일까? 그 당 대표는 물어나 봤을까?

열린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결정을 위한 당내 경선 모습도 흥미롭다. 2월9일 열린민주당 당내 경선이 완료되었는데, 그 당 당내 경선 후보자 두 사람은 후보 확정 전에 모두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과 ‘후보 단일화 합의’라는 걸 공표했다. 게다가 당내 경선 후보 중 한 사람인 정봉주씨는 한발 더 나아가 ‘양당 통합을 전제로’ 후보 단일화 합의를 했다고 한다. 그 당 경선 후보들은 ‘누가 되든 후보 단일화를 하겠다’는 동의를 당원들에게 얻었을까? 정봉주씨는 정당 통합에 대해 자기 당 당원들의 의사를 묻고 동의를 얻었을까?

물론 이런 질문은 ‘정당 통합을 전제로 후보 단일화’ 합의를 했다는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예비후보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2019년 더불어민주당이 선관위에 등록한 그 당의 당원 수는 406만5408명이었다. 그 당의 당헌에는 ‘당이 다른 정당과 합당하는 때에는 전국대의원대회 또는 전국대의원대회가 지정하는 수임기관의 결의가 있어야 한다’고 되어 있다. 그는 대체 누구의 동의를 얻거나 위임을 받아 ‘정당 통합’을 말하는 것일까? 적어도 대외적으로 그런 합의를 하기 전에 자기 당 당원들에게 먼저 묻고 동의를 구해야 하는 거 아닌가?

또 나는 국민의힘이 자기 당 ‘지방선거 공직후보자 추천 규정’(이하 규정)을 변경한 줄 알았다. ‘규정’에 따르면 ‘지방선거 공직후보자 선출을 위한 경선은 선거인단 유효투표 결과 50%, 여론조사 결과 50%를 반영하여 결정한다’고 되어 있고, 시·도지사 선거 선거인단은 유권자 수 0.1% 이상의 책임당원 및 일반당원으로 구성하게 되어 있었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100% 여론조사로 서울 및 부산시장 후보자 당내 경선을 실시한다고 공표했기 때문이다. 찾아보니 ‘규정’보다 상위인 ‘당헌’에는 ‘제1항 및 제2항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시·도지사 후보자의 선출은 중앙당 공천관리위원회의 의결을 통해 선출 방식을 달리 정할 수 있다’고 되어 있었다. ‘공천관리위원회는 당 대표가 최고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임명하는 당내외 인사 20인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한다. 그러니 최고위원회가 의결한 위원들에게 ‘규정’을 무시할 광범위한 재량권을 부여한 당헌인 셈이다. 그 당 당원들은 자기 당 당헌이 이렇게 되어 있는 걸 알고 있을까?

2019년 기준 우리나라 정당들이 중앙선관위에 등록한 당원 수의 총합은 865만7559명이었다. 선거권자 5명 중 1명이 어느 정당의 당원이라는 거다. 선관위에 등록된 총 당원 중 87%가 집권당과 제1야당 당원이었다. 그 당 당원들의 권한이 새털처럼 가볍게만 느껴지는 건 나만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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