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경남지사는 ‘드루킹 사건’ 1심에서 업무방해로 징역 2년,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보석으로 풀려난 그는 2심에선 업무방해 혐의로만 징역 2년을 선고받았으나, 법정구속은 피했다.
법정구속은 법률이 아닌 대법원의 ‘인신구속사무의 처리에 관한 예규’에 규정된 처분 행위다. 1997년 시행된 예규 57조는 “실형을 선고할 때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정에서 피고인을 구속한다”고 돼 있다. 그러나 김 지사 2심 재판부는 실형을 선고하고도 “(김 지사가) 현재 공직에 있고, 도주나 증거 인멸의 우려는 전혀 없다”며 법정구속을 하지 않았다. 같은 사건인데도 판사가 누구냐에 따라 구금 여부가 갈린 것이다. 김 지사 1심 재판장은 ‘사법농단 사건’으로 기소된 인물이다.
법정구속은 미국·영국에는 없고 일본엔 있다. 그런데 일본도 1983년 최고재판소 판례에서 “미결구금(법정구속)은 형사소송법 규정에 따라, 도망 또는 증거 인멸의 방지를 목적으로 한다”며 ‘법률에 입각해야 한다’는 분명한 제한선을 뒀다.(임보미, ‘법정구속의 문제점과 개선책’) 한국처럼 한낱 예규 문구로 인신 구속이라는 중대한 결정을 하급심 판사 재량에 내맡긴 나라는 찾기 어렵다.
이런 비판을 의식했는지, 대법원은 올해부터 “실형을 선고할 때는 ‘구속 사유와 필요성이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 피고인을 구속한다”로 예규를 바꿨다. 그러나 이 역시 판사 성향에 따라 그때그때 다른 법정구속의 공정성에 관한 의문을 해소하지는 못한다. 최근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사건 1심 재판부는 “혐의를 부인하고 (…)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며 그를 법정구속했다. 그러나 김 전 장관은 재판 전 구속영장실질심사에서 “증거 인멸이나 도주 위험이 적다”는 이유로 영장이 기각된 바 있다. 불구속 상태로 유무죄를 다퉈온 이를 가둬 상급심에서의 방어권 행사마저 어렵게 만들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1심 판사가 법정구속을 해버리면 2심과 대법원 판사는 바지저고리가 된다. 2심과 대법원 판사가 무죄 선고를 해봤자 피고인은 이미 징역살이를 하고 난 뒤다.”(김용원, <천당에 간 판검사가 있을까>) 법정구속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손원제 논설위원 wonj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