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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한국 인터넷의 특징 ‘실검’ / 구본권

등록 2021-02-21 17:45수정 2021-02-22 02:39

워런 버핏은 내재가치 위주 장기 투자로 막대한 부를 일궈낸 투자계의 살아 있는 전설이다. 수십년간 지속된 경이적 수익의 배경으론 주식시세 단말기, 컴퓨터 등 정보화 기기가 없는 버핏의 사무실도 거론된다. 버핏은 “40년 넘도록 나의 정보 원천은 기업 연차보고서다. 빠른 정보보다 좋은 정보가 중요하다. 우편물과 주식시세를 3주 늦게 받아도 아무런 지장이 없다”고 말했다. 인터넷 접속 속도에 좌우되는 초단타 매매(스캘핑)가 판치는 투자 현실과 대비된다.

네이버가 오는 25일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실검) 서비스 폐지를 밝혀 ‘실검’이 사라진다. 이용자들이 능동적으로 다양한 정보를 추구하는 추세라는 게 표면적 폐지 사유다. 다음은 이미 지난해 2월 실검을 없앴다. “실시간 검색어가 결과의 반영이 아닌 현상의 시작점이 돼버렸다”는 게 폐지 사유였다. ‘실검’은 2005년 다음과 네이버가 도입한 이후 국내 포털의 특성으로 자리 잡은 서비스였다. 구글에서 이용자는 각자 필요에 따른 ‘검색’을 했고, 포털에서 국내 이용자들은 ‘실검’을 통해 다른 사람들의 관심사를 추적했다.

영향력이 커지면서 실검을 만들어내는 세력이 생겨났다. ‘실검’으로 뜬다는 것은 대중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스포트라이트를 의미했다. 연예인 팬클럽의 생일축하 실검이 등장하더니 이내 실검은 정치인들을 대상으로 한 공방의 대상이 됐다. 실검은 선정적 기사를 쏟아내는 일부 언론의 어뷰징(조회수 조작) 도구이기도 했다. 실검이 포함되면 중요도나 사실성과 무관하게 조회수가 보장됐다. 포털은 수시로 조작 논란에 휩싸였다.

최고의 쌍방향 도구인 인터넷으로 인해 개인과 사회는 실시간 현재에 과도하게 반응하고 있다. 미디어 비평가 더글러스 러시코프는 <현재의 충격>에서 이를 “현재라는 순간을 향해 모든 게 재배열된 상태”라고 규정한다. 실검은 이용자들의 집단적 선택, 조직적 행동을 보여주는 기능도 했지만 어뷰징을 걸러내지 못했다. 실검은 정보의 수동적 이용을 부추겼고 이를 악용하는 세력을 키웠다. 무엇보다 이용자의 소중한 주의력을 지나치게 선정적이고 순간적인 데 허비하게 만들었다. 대니얼 카너먼이 <생각에 관한 생각>에서 밝혀낸 ‘느리게 생각하기’ 능력이 실시간 반응 위주의 환경에서 희소해지고 있다.

구본권 산업팀 선임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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